나보다 어린아이가 괴로워하고 있다. 나보다 인생을 아직 살아보지 않은 그 아이를 안아주는 일이 왜 그리도 어려울까. 강강약약이 모토인데, 보잘것없이 약한 그 아이에게 항상 윽박지른다. 그때 왜 그랬어?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순 없었던 거야? 너 때문에 내가 힘들잖아. 너 때문에 못 살아. 난 정말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이 멍청아.
아이가 보란 듯이 굳게 닫힌 서랍을 열어 가뜩이나 난장판인 그 속을 헤집는다. 얼마나 만져댔는지 가늠도 못할 너덜너덜한 기억을 꺼내어 버릇처럼 내던진다. 그리고 다시 주워든다. 지우개로 열심히 문대 보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결국 포기한 나는 어린아이를 붙들고 개인 레슨을 시작한다. 그 기억에 밑줄 긋고 별표를 쳐가며,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절대 그때처럼 하지마... 부탁이야 제발’.
이제 아이는 적당히 혼낸 거 같다. 나는 아이 대신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고 실행한다, 여전히 아이를 미워하며. 물어봤자 제대로 나를 납득시키지도 못하는 그 애를 용납할 수가 없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왜 책임은 다 내 몫인 거야? 오해와 실수와 잘못의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심연에 잠식되어가는 때에 아이가 내게 온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미안하다고 한다. 사실은 이런 마음이었다고, 나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했었지만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그리고 너무 늦게 알아차려 또 미안하단다. 나는 그 애의 손을 잡고 후회의 대상에게 찾아가 고개 숙여 사과한다. 일이든, 사람이든, 나 자신이든, 정말 다행히도 나의 진심이 통했는지 잘 풀린다. 어린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과연 사과할 수 있었을까? 후회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모든 것이 다 끝나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어린아이를 너무 혹사했다는 것을.
후회를 사랑하고 싶다. 나보다 어린아이를 주눅 들게 만들고 싶지 않다. 어린 아이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사랑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