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은 올인원이다. 프로젝트 과제, 공부, 노트북, 화장, 요리, 식사, 명상, 독서, 필사, 다이어리, 커피 한 잔 등.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인데 나는 책상을 정말 다양하게 활용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서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침대는 거들 뿐, 나는 책상과 더 친하다. 수많은 나의 시간이 배어 있는 책상. 내겐 정적인 사물이 될 수가 없는 책상. 그것은 언제나 정돈되어 청결을 유지하는 상태여야 한다. 그래야 동적인 활동들의 콘셉트에 맞춰 변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압도적으로 책상을 지배하는 활동은 바로 다이어리 작성이다. 책상의 한가운데 다이어리가 놓이고, 애정하는 필기구와 스티커가 자리한다. 그 순간의 기분에 따라 손이 가는 대로 잔을 고르고 옥수수수염차나 콜라를 따라 한 모금 벌컥 목을 축인다. 계획과 회고의 만남이 시작된다. 나의 다이어리를 열어젖히면 미래의 의지와 과거의 흔적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살아 있음에 대한 기록과 정리의 욕구가 책상 위에서 환호한다. ‘옳다구나, 나의 전문분야로구나’하고. 그 평면 위에 시간이 누우면 책상은 비로소 시간을 다루는 도구가 된다.
다짐, 실패, 가능성, 피로, 성취의 부스러기들은 고독하고 은밀한 책상에서 자취를 드러낸다.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 마음의 지층을 톺아본다. 타자와의 단절이자 연결을 느끼며, 세계로부터 적절히 물러나고 다시 조율하는 무대이다. 나의 작은 무대, 책상에게 오늘도 새삼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