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by 우동

나는 반복의 라이벌, 반복은 나의 기싸움 상대이다. 감수성이 예민해서인지 항상 반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처음의 설렘이 닳아 익숙함이 곧 무감각이 되면 힘이 빠지고 만다. 무기력한 나, 무가치하다고 느껴지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한때 아이폰 메모장에 ‘To Do List_everyday’가 있었다. 건강/지혜/앱테크/적금의 소주제로 항목을 나눈 매일의 루틴이었다. 최근에는 에세이를 쓰는 일 말고는 반복까지 계획에 두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당차게 반복을 시작할 때도, 그러다 반복에 정체될 때도, 기어이 반복을 멈출 때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반복하는 것은 좋은 쪽이었고, 반복의 반복의 반복의 …. 반복을 반복하는 것은 나쁜 쪽이었다. 의지가 강한 느낌일 때가 좋은 쪽이었고, 관성이 강한 느낌일 때는 나쁜 쪽이었다.


놓치면 흔들리고 붙잡으면 질식할 것만 같다. 통제와 해방이 교차하더라.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데도 너무도 달랐던 날들을 떠올려 본다. 스스로를 다잡고 눈 깜빡이는 것을 잊을 정도로 집중한다. 그 어떤 행위로도 대신할 수 없는, 반복으로만 얻을 수 있는 훈련의 결과였다. 반복은 그 자체로 수행이기에 과정 중에서도 자만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하는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그 쉽지 않은 걸 하고 있는 난 좀 멋져.’ 하지만 반복이 각박해질수록 이 수행은 나를 키우는 일이 아닌 가두는 것이 된다. 때때로 그런 억압과는 전혀 상관없이 반복 안에서 자유로워지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깊이 쌓인 감각과 사고방식이 다듬어져 자유롭게 우리 안에서 표현된다.


땅에 묶여있으나 가장 하늘 높이 나는 연, 반복은 내게 그러하다.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얽매이지 않는 행위자가 될 수 있다면, 보다 조금은 살갑게 반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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