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에 집착하게 되는 삶. 14번의 이사, 수많은 전학, 나는 정착이 어색한 아이였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공간이든,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이루는 그 모든 것들과의 이동과 단절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경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늘 긴장과 불안을 안고 살게 하였다. 그러므로 중심이 단단하고, 뿌리가 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끄떡없는 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감정의 온도나 관계의 밀도, 하루의 리듬까지도 일정하게 유지하려 애쓴다. 내가 ‘관리’라고 부르는 일들이다.
사실 창피해서 그렇다. 유연함과 부드러움마저 관리하려 드는 이유는 솔직히 내가 잘 흔들리기 사람이기 때문이다. 관리가 철저한 부분은 그만큼 취약한 부분인 셈이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그 애씀 자체가 이미 흔들림의 증거였다. 세상천지에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들, 내 의지가 아닌 것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렸다. 관리할 수 없었던 일을 마치 내 책임인 양 최면을 걸었다. 날 아프게 하면서 동시에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책임이 내 안에 있다면, 적어도 나는 중심을 잡고 있는 거니까.
그런데 진짜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자, 나의 관리는 다시 정립되었다. 관리란 완벽히 조율된 자기 통제가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을 알아보는 일이다. 내가 선택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의지의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나를 잘 알아야 하기에 끈질기고 집요한 구애를 하듯이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 나의 관리, 나를 지탱하는 관리는 때로 흔들리기도 한다는 것을 눈감아줄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연중무휴 관리란 이상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