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by 우동

감사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나는 감정이 늦게 찾아오는 사람이라, 유독 감사라는 것에는 답답할 정도로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그건 나만의 감정이 아니라, 어떤 대상에게 전해지고 닿아야 의미가 정리되는 표현의 산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 절절한 감사의 마음이 얕게 평가될까 걱정도 든다. 추산하기 어려운 마음의 가치가 자동반사 같은 예의로 여겨지는 것은 좀 거슬린달까. 말보다는 글로 전하고 싶다. 활자의 영속성이 더해지길 바란다.


마음껏 감사하고 싶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황도 있다. 사회적 관습으로, 형식으로 소비되는 감사가 그렇다. 이런 경우에는 깊이보다 속도가 중시되기 마련이다. 결국 숙성되지 못한 순간의 감정을 자신 없게 내밀게 된다. 그 인사는 회수하고 싶을 정도로 보잘것없었다는 미련한 생각까지 들게 한다. 감사가 불가능할 때 나만의 방식이 일깨워진다.


감사에 눈뜬 하루, 감사를 전한 하루는 종일 덩달아 기분이 좋다. 감사한 일이 생긴 우리 사이,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우리 관계가 주는 기쁨이다. 나를 알아주고, 살피고, 걱정하고, 챙기는 얼굴이 맴돈다. 사람이 그런 얼굴을 갖는 데에 어떤 정성이 투영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당연한 마음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 감사는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늘 낯설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나의 복인 당신, 서로의 안녕을 바라고 편이 되어줄 확신을 불어넣는다. 오직 당신의 사랑스러운 반응을 상상하며 한 자 한 자 눌러 적는다. 사실 이번 감사는 빌미이고, 저번부터 아니 저저번부터 감사했던 것들을 함께 적는다. 행운아가 된 것 같은 이런 기분에 둔감해지는 날이 올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오버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예상대로 또 나는 감사하기 위해 머리를 싸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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