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by 우동

직감이 온다. 지금이다, 지금이 바로 낭만의 순간이다. 나는 낭만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내가 가진 낭만의 예시들에 하나가 더 추가되고 있다는 자각. 절대적인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은 착각. 내가 의식할 수 없는 그 어디에선가 필름 카메라로 내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진 않을까. 관찰자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며 괜히 의식해 본다. 그리곤 낭만에 더 취하고자 결심한다. 몸의 힘을 더 빼고, 힘이 빠진 구멍을 나를 에워싼 낭만의 공간에 내어준다. 낭만이 내게 더 잘 스며들 수 있게.


낭만을 더 낭만답게 누리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름다운 사람, 눈부신 장소, 최적의 날씨, 꿀맛 같은 식사, 기억에 남을 대화 주제 등을 물색하는 일이 그렇다. 이런 노력에 낭만은 보상 같은 성질로 응답하여 미래에 대한 용기를 갖게 해준다. 한편 이렇다 할 낭만의 요소가 모두 악조건인 상황도 있다. 고생도 이런 혹독한 고생이 없고, 시궁창 같은 인생을 사는 세상 가장 불쌍한 사람이 나라는 매몰에 허우적대는 날이 있다. 그때 손잡아 날 일으켜주는 이의 후광에 암전이 끝나고 밝아진다. 그이는 과연 미래의 성공한 나 자신이다. 그가 이렇게 말한다. ‘살아보니 지금 이만큼 열렬했던 때가 없던 것 같아. 결국 다 추억이 되고 낭만의 시절이 될 거야. 낭만이 될 지금을 너무 미워하지 마.’ 이런 노력에 낭만은 액땜 같은 성질로 응답하여 과거와 현재에 대한 위로를 선사한다. 너무 좋아도, 너무 싫어도 일단 낭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면 그때부터 낭만의 뽕을 뽑는거다. 감응력의 귀재, 낭만발견자로의 전직이다.


냉소가 유행처럼 번지는 시대에도 여전히 마음을 믿고, 사람을 믿고, 문장을 믿는 태도. 누가 보기에 바보 같을지라도, 소멸되지 않도록 과잉보호해야 할 감수성이다. 낭만은 현실의 반대말이 아니라, 현실의 한복판에서 피어나는 저항의 꽃이다. 시들어도 향이 남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방대한 낭만의 빅데이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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