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필히 건강해야 한다.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애석하게도 건강을 잃어야만 진정 하고 싶었던 것들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돌연 닫혀버리는 가능성에 후회와 욕망의 급류를 겪는다.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연약해지고 나서야, 마음이 가장 연약해지는 부위를 진단하게 된다. 그것이 가치다. 소중한 것, 의미 있는 것, 그래서 간절해지는 것. 결핍은 자기인식의 촉매, 가치의 좌표가 된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삶이다. 우리는 아픔에 억울해 한다. 가뜩이나 챙겨야 할 것이 많은데, 하필 이런 때에 건강까지. 통각은 불청객, 날벼락이다. 건강은 정말 내 마음을 몰라준다. 건강은 나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변수이다. 우리는 우리를 자원화한 채 살아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단순히 우리의 아픔에 억울하다기보다, 우리가 우리의 편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억울한 거다.
건강의 입장에서, 얼마나 기가 찰까. 건강은 속도 없이 언제나 을의 관계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관계의 주도권은 본인이 갖고 있으면서 공식적으로 요구 다운 요구도 해본 적이 없다. 서운하다고, 제발 나 좀 봐달라고, 나도 너의 우선순위에 편입하고 싶다고. 그렇게 존중받지 못할 구애만 우직하게 해왔다. 우리는 구애의 노고를 알지 못한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우리 안의 감각과 소리에 집중해 본다. 배어버린 악습으로부터 꾸준히 탈피한다. 위협이 될 만한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의지 같은 거다. 다시금 우리의 시간이 소복소복 쌓여간다. 그렇게 활력은 여유를, 여유는 타인을 향한 배려로 가지를 뻗는다. 건강하고 더 많은 사랑을 하자. 그 어느 때보다 이 부탁은 간곡하게, 우리들은 필히 건강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