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와서는 자주 걷는다. 특히 새로운 공간에 갔을 때는 이리저리 구경하며 눈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많이 걷는 만큼, 반대로 한국에서 걷는 속도보다 느려졌다. 종종 멈춰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찰나의 순간을 저장하고 싶어 사진을 찍기도 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천천히 걸을수록 더 선명하게 남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빨리 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들은 없다. 또, 빨리 가는 만큼 혼자다.
빨라지는 만큼 놓치는 것들도 많다. 내가 가장 조심하는 부분이 정신없다는 핑계로 상대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친절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 급한 마음이 불안함으로 넘어가, 타인을 위하기보다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제는 천천히 가는 것이 빠른 길이라 생각하며 더 천천히 가기로 했다. 그래서 주위에 들려오는 빠른 단어들을 멀리하려 노력한다. 누가 얼마를 벌었고, 누가 얼마나 성공했고, 누가 잘했는지를 멀리한다. 대신, 마음속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질투의 마음을 조심하고,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다행히, 수영 팬츠와 거적때기 같은 반팔만 입어도 충분한 이곳에서는 더 이런 마음을 유지하기 좋은 것 같다. 일단은, 더 천천히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