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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an 01. 2021

[교육] 초등학생에게 zoom으로 인공지능 가르치기

미술관의 제안으로 진행한 예술교육

감사하게도 '아트센터 나비'에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대상은 초등 고학년(4~6)이었는데요. 저는 지금까지는 대학생, 직장인들을 대상으로만 교육을 해봤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공지능 교육을 초등학생들에게 시도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성과, 소회를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교육 배경/교육프로그램]

https://nabiedu.or.kr/archives/7089

닥터 퓨처 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했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참여했고요, 아이들과 예술작품을 함께 만들며 인공지능에 대해 알려주는 역할이었습니다. 



[교육대상] 

초등학교 고학년 6명이었습니다. 모두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깜짝 놀랐던 게 이미 앞선 차시에서 배운 것도 있고(제가 제일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각자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았어서 그런지 배경지식이 생각 이상이더라고요. 호기심도 많고요. 


뻔한 인공지능, 머신러닝에 대한 개념적인 강의를 하기 싫어서 기술적인 내용은 최소화했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려 했던 학습 부분에서 지도/비지도 학습, 강/약인공지능 이야기를 손들고 하더라고요.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해서 약간 톤 업 되어서 대답해준 기억이 나네요. 



[교육목표]

1. 기관 측의 요구사항 : 새로운 액티비티, 이미지 데이터를 이용한 머신러닝

제가 참여했던 파트는 아티스트들과 학생들이 만나 함께 색다른 체험을 해보는 교육 차시였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나비 측에서 기대했던 것은 인공지능에 관련된 새로운 액티비티를 해보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앞선 차시들에서 개념학습이나 사례 같은 건 소화하는 게 구성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는 이미지를 이용한 머신러닝을 담당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머신러닝-이미지를 이용한 작업을 하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이미지 데이터, 머신러닝, 함께 작업하기 와 같은 키워드에서 교육프로그램을 구상했습니다. 


2. 개인적인 목표 : 참여자의 변화

개인적으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에서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교육이 끝나고 참여자들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레크리에이션 같은 즐거움 같은 건 그냥 엔터테인먼트에 가깝지 교육을 통한 실제의 변화와는 방향성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고 유쾌한 강사-강의가 참여자의 학습 성취도나 변화를 보증해주지 못하는 사례들을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참여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두는 것은 좋지만 이들이 내 교육을 듣고 난 후, 일상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그러려면 어떤 부분을 내가 도와주는 게 좋을지를 계속 생각했었습니다. 이 생각들을 뼈대로 하여 전체적인 슬라이드 플로우와 핵심 메시지를 다듬었습니다. 이 고민들이 머신러닝/인공지능의 사례를 통해서, 1) (신)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2) 나는 친구/타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3)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액티비티로 만들어졌습니다. 



[어려움]

1. 이상적인 상태에 대한 상이 없다. 그려지지 않는다. 

대학생, 직장인들을 대상으로만 교육을 해봐서 참여자들의 반응이 상상되지 않았습니다. 수업에 사용할 슬라이드와 액티비티를 세부적으로 만들었으나, 학생들이 실제 수업시간에 어떻게 반응을 할지 상상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업 준비가 빨리빨리 되지 않았습니다. 고민만 많았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극복 방법?]

1. social capital을 활용해보자. 

상상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으므로 주변의 도움을 구했습니다. 실제 비슷한 연령대의 자녀가 있는 지인에게 묻기도 했는데요. 고맙게도 그 지인은 제 고민을 듣는 즉시 옆에 있는 아들에게 질문을 던져줘서 생생한 피드백을 바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교육의 전반적인 맥락과 상황이 인지되지 않은 상태라 단편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 맞아 애들은 보통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어, 이런 워스트 케이스도 있을 수 있지, 충분히 액티비티나 메시지들에 대한 전후 설명이 필요하구나' 등등을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작게 경험해보자 

아트센터 나비 교육팀과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보통은 그냥 사전 확인차 약소하게 진행되기 마련인데 일부러 풀로 수업을 진행해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강의 중, 강의 후에 피드백을 충분히 해달라는 요청도 했습니다. 뭔가 나만의 전제와 생각에만 빠져있을 수 있었는데 다양한 시선에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검은색 배경이 무섭다' 였는데요. 피드백을 듣고 그럴 수 있겠다고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밝지만 가볍지 않은 색, 폰트, 친근하고 재미있는 이미지 위주로 발표자료도 재편했습니다. 내용 측면에서는, 왜 이 활동을 해야 하는지, 이게 앞선 교육과정, 활동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어떤 의미와 맥락이 연결되는지 충분히 설명해주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금 추상적일 수 있고, 철학적인 핵심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강의여서 이 부분에 대한 친절한 인터페이스를 강의자료, 전달 내용, 액티비티에 걸쳐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교육팀에서는 완성본을 보시고, 피드백 내용도 충분히 반영되었고 단기간에 많이 바뀌어서 놀랍고 내용도 좋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의 반응]

끝나고 참여자들끼리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 좋았다. 

2) 재미있었다. 

3) 짧아서 아쉬웠다. 

4) 지금까지는 프로그램이나 기술 위주로 다뤘는데, 그러지 않고 인공지능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신선했다. 

5) 내가 가진 생각을 많이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전반적으로 느꼈던 것은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이전 수업들에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전체적인 교육과정속에선 학습하고 수행하는 단방향적인 정보전달 및 액티비티가 있었을 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교수자와 학습자로 경계가 나눠진 수업들에서 벗어난 시간을 갖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상호 간에 생각을 자유로이 공유하면서 배울 수 있는 구조를 생각했는데 4번과 5번의 말을 통해 고민했던 것이 100%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전달이 되었구나, 유효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무엇을?]

1. 데이터에 관련된 수업을 해보고 싶다. 

19년 12월에 아트센터 나비에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다른 매체로 확장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다뤘던 내용을 아이들에게도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인공지능 수업 중에서도 '데이터-정보-지식'에 대한 내용이나, 우리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거든요. 데이터 리터러시가 바탕이 되어야 데이터를 이용한 머신러닝-인공지능에 대한 발상도 탄탄해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2. 사운드에 관련된 수업을 해보고 싶다. 

평소에 하던 생각인데요. 어린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이런 활동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보통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기 쉬운 환경입니다. 어렸을 때 접하는 피아노-클래식-12음계의 서양악기/음악의 틀이 그 외의 소리들을 폭넓게 듣고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상대적으로 박탈시키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의 소리들에 귀 기울이고, 주체적으로 감각해내고, 표현하는 워크숍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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