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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Sep 14. 2017

<호기심 천국>은 왜 호기심 <천국>이었을까?

내 호기심에 대한 호기심을 기록해보자. 

- 어렸을 적에 <호기심 천국>이라는 프로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1998년부터 시작하여 2002년에 종영했다고 하니 초-중학생 때를 관통한 추억의 프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https://ko.wikipedia.org/wiki/%ED%98%B8%EA%B8%B0%EC%8B%AC_%EC%B2%9C%EA%B5%AD


- 기억을 되짚어보면 뭔가 시시콜콜하거나 괴짜 같은 호기심부터 과학서적에 단골로 나오는 뻔한 이야기까지 여러 층위의 내용들을 다뤘던 것 같다. 대부분은 책에서 읽었던 것들이라 해당하는 책을 펴놓고 어떻게 다르게 설명하는지 비교하면서 보기도 했었다. 그러고 보면 출연자인 김경민 씨의 목소리 톤과 형형색색의 의상.. 도 기억이 난다. 




- 나는 호기심이 참 많다. 

서른을 앞두고 있는 이 나이에도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속으로 '이건 왜 이렇지? 왜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그래서 그 호기심을 키워드 삼아 밤새 웹을 디깅 하다 서 너 시간만 자고 출근한 적도 종종 있었다. 



- 학구적이고 궁금한 게 많은 내 성격 때문인지 내 주위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 편이다. 전공 직업을 넘나드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참 재미있다. 서로 알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 격식 없이 나눌 수 있고 토의, 토론 가능한 분위기를 나는 참 좋아한다. 이 대화의 여정을 보면 마치 근래에 방영된 '알쓸신잡'같을건데 분명히 처음엔 기술적인 IT 이야기에서 시작을 했건만 UX와 인지심리학을 거쳐 디자인을 찍었다가. 아르누보에서 아르데코를 건너 한/일 역사와 문화재 이야기에 기반한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이야기했다가 유럽의 침략사로 거슬러 올라가 이에 따른 정치체제와 파생된 철학/자 이야기로 가서는 그래서 유럽 언제 간다고?로 끝나는 기묘한... 흐름을 항상 보인다. 



-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나누다 보니 모든 학문은 연결되어 있구나, 학창 시절에는 과목이라는 틀로 학문을 분절해 놓았을 뿐 사실 그것들은 모두 시간이라는 축을 따라서 크게 엉켜져 굴러갔던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그러면서 내가 역사에는 좀 무지했구나, 이쪽을 좀 더 봐야겠구나 하는 부끄러움이 큰 요즘이다. 

예컨대 'pink floyd'의 앨범 'the wall' 수록곡인 'another brick in the wall'은 79년도에 나왔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 수록곡인 '교실이데아'는 94년도에 나왔다는 걸 알면서 '대체 그때 영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저쪽은 79년도에 학생들이 학교 때려 부수는 뮤비를 찍었고 우리는 94년도에 와서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가?라는 이야기를 역사적인 흐름에서 충분히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것? 연도라는 숫자는 

대충 알 지언정 그 사건들을 큰 역사적인 흐름에서 읽어낼 수 없다는 점이 내심 부끄러웠다. 




- 다시 돌아와서.. <호기심 천국>은 왜 호기심 천국이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피디님이 <시네마 천국>을 감명 깊게 보셨어서 그럴까? 

사전적 정의로 호기심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이라는 뜻이니 세상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게 참 많기에 호기심 많은 사람의 입장에선

'깔깔깔 이 세상은 참 저에겐 호기심 천국이군요!'

라는 맥락일까? 


- 그런데 문득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 이 세상은, 혹은 한국은 지옥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어린애들을 보면 참 궁금한 게 많은데 언제부터 그 애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간 걸까? 무슨 이유 때문에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아했던 걸까? 왜 때문이지? 


-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내 어린 시절의 질문을 모두 받아주고 설명해주셨다. 나는 가족이 모인 저녁자리에서 하루를 보내며 궁금했던 것을 항상 물어봤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더욱 정확한 설명을 위해,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어디서 읽었던 것인지 문맥을 물어보셨다. 그러고 보니 사전, 도서관, 인터넷을 다룰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는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했던 것도 같네.




- 예전엔가 박경철 씨의 강연인지 저서에서 전해 들은 말인데 

'우리는 배움에 대한 열의를 잃어갈 때 비로소 늙어간다' 

라는 문구를 나는 요즘 들어 자주 되새긴다. 


- 배우고자 하는 열의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왜'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그 갈증의 깊이만큼 우리는 더 나아가고 성장하는 게 아닌가 싶다. 


- 죽기 전까지 늙지 않고, 바닷속에서도 갈증에 허덕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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