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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Aug 13. 2022

당신은 밝고 선한가요?

[당신은 밝고 선한가요?]


이 질문에 스스로 밝고 선한 사람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한다면, 과연 그것은 진실일까? 그것과 업무능력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이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일까? 


채용 프로세스에서 이 질문을 마주했을 때 나는 손으로 얼굴을 여러 번 훔쳤다. 

'하, 뭐하려는 건진 알겠는데 이게 진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질문인가?'

'이런 사람들이 모인 조직은 과연 건강한 조직일까?'


물론 '밝고 선하다'라는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더군다나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는 말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말은 나에게 '양떼 목장'이나 '온실 속의 화초'를 떠올리게 만든다. 


'밝고 선한'사람들이 모이면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일할 순 있겠지, 그런데 이게 불확실성이 높은 스타트업 환경에선 유리한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목장의 양치기 개나 주인 같은, 조직내외의 인물/변수에 휘둘리기 쉬운 집단이라고 느껴진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사지여도 묵묵히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나는 밝은 사람이고, 우리가 하는 일은 선한 일이니까.


그리고 선하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결과를 내놓지만은 않는다고 본다.

아프리카의 플레이 펌프처럼, 선한 의도로 만들어졌으나 실제로는 적정기술이 아닌, 오히려 피해가 가는 제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선한 의도가 때때로는 위선적이고 오만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가 선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복잡한 당혹감을 느낀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자연 속의 종 다양성은 병충해에도 유리하다. 때문에 나는 획일화됨을 지양하고,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음을 기본으로 여긴다. 


우리가 회의하는 이유는 다른 의견을 듣기 위함이다. 그리고 의견 중에 좋은 것을 하나 선택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방법을 기민하게 만들어내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의사결정이 잘 된다는 것은, 하나의 의견에 빠르게 동의한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와 염려를 빠르게 반영하는 조직적 역량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는 모두 자기본위적이고 이기적일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니까. 그런데 건강한 조직은 이걸 감추거나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들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고, 이것들을 다루는 것을 꺼리지 않으며, 매일 함께 자라려는 조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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