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주말 특근을 하게 되다 보면 어르신의 다양한 보호자들을 만나 뵐 수 있다. 성질이 고약한 분도 계시려니와 지나친 배려로 오히려 담당자가 무안할 때가 있는 보호자도 간혹 계셨다. 그 외 할 말만 하고 마무리하는 보호자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요양원 방문자들 틈에도 존재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유난히 기억나는 보호자이자 할아버님 한 분이 떠오른다. 구부정한 허리에 지팡이마저 구부정한 모양으로 힘겹게 짚으며 걸어오시는 여든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남자 어르신이었다. 요양원 입구에서 사무실 입구까지 들어오시는 시간이 일반 남성의 걷는 속도의 3분의 1 수준이셨다. 혹시 입소해야 할 분이 아닌가 착각 섞인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우선 문을 열어 드린 후 크게 인사드리고, 조용히 보폭을 맞춰 안쪽으로 모셨다.
"나 ***의 남편이야, 그 사람 보러 왔어." 던지는 우렁찬 목소리.
내가 담당하는 어르신은 아니나 익히 뵈었고, 인사를 드리면 가볍게 웃어주시던 할머니셨다. 그런 미소를 지닌 할머니를 찾아온 노년의 신사. 마치 그들의 과거 모습이 상상되고 현재의 모습이 내 앞의 미래로 떠올라 더욱 애잔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런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 다정했던 모습, 물론 싸우지 않을 수야 없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100년 해로 가까이 서로를 섬기다가 부득이하게 부인을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 것 자체가 이해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남편은 부인을 마주 보며 대화하고, 부인은 그저 끄덕이며 아주 작은 목소리를 대화에 응답을 주시고 마무리하셨다. 마침 오늘은 외부 공연팀의 자원봉사 날이라 음악을 좋아하셨던 ***어르신께서 마음이 특히 급하셨다. 면회 시간이 종료되자 아쉬운 작별의 마무리를 하고 ***어르신을 해당 생활 실로 보내드렸다. 부부 사이도 사랑으로 관심으로 의미 있게 결합된 관계이다, 또한 그 소중한 것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지만 때론 작은 오해가 커져 마음이 돌아서는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어르신 부부의 모습을 보고 보다 긍정적인 나, 그리고 모든 이들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인생 뭐, 별거 없다는 것. 아기자기하게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늘 오랜만에 만나신 부부, 그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밥은 잘 먹나?" "잠자리는 괜찮나?" 이런 짧은 한마디가 서로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선물이 되신 것 같았다. 짧은 면회도 면회 시간이었지만 재밌는 프로그램이 남자 어르신의 부인을 재촉하게 해도 그저 그것으로 만족하고, 여자 어르신이 즐겁고 행복하면 그만이었던 보호자 셨다. 이 모든 행복한 순간들이 지금을 사는 청춘, 젊거나 중년이거나, 30년 이상 살아가는 부부에게도 해피 바이러스로 전달되길 바란다. 서로 간의 기본인 배려와 사랑의 마음을 깊이 있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전해준 아름다운 부부의 만남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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