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_요양원 속으로_14화

좋은 일이 화근이 될 때

by 웃는식

요양원 입사 후 첫 야유회이자-코로나로 마지막- 워크숍을 떠났다.

흔히 워크숍 하면 볼거리와 함께 저녁 시간엔 토의나 회의를 하기 나름인데 시설 특성상 당일 야유회에 요양 보호사들을 대동한 힐링 형식의 놀이로 진행되는 구조였다. 급작스레 윗분의 지시를 받고 계획서를 짰다. 답사나 기타 경비는 윗분이 결재를 하고, 담당자인 필자는 계획서에 첫날 차량 섭외를 맡았다.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을 위해 전에 함께 했던 업체 대표에게 연락해 첫째 날 차량을 섭외했다. 대략 요양사들이 버스에서 도토리묵을 먹거나 음주에 노래를 부르신다는 팁을 받고, 차량 섭외를 했지만 정말 그렇게까지 노실까?라고 짧게 생각했던 게 큰 잘못이었는지 사건은 터지고 만다. 결국 동일 동행한 기사의 눈치를 살피게 된 것이다
기사 曰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다"라고 한 이야기도 맘에 걸리긴 했지만, 결국 맘에 걸리던 가시 돋친 상황들이 현실화되었다. 버스 내 음주가무는 불법이라며 퉁명스레 이야기하는 FM급 융통성 없는 기사. 급기야 담당 부장에게까지 현재 차량의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연락하는 기사의 딱딱한 정서 상태. 오히려 기분이 나쁜 쪽은 요양사 선생님들이었다. 이전 야유회에서도 신나게 놀고, 술판을 벌이며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오히려 기사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라는 한탄 섞인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걸 다 듣고 있는 나 또한 가시 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법대로야 좋다. 법대로면 속 되게 말해 대한민국 위정자들 대부분이 범법자가 아닐까?-지나친 과장일 수 있지만-그래도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기사의 유연함이 아쉬운 야유회 상황이었다.

일차 목적지에 도착 후 담당 부장이자 회사 대표의 아들과 통화를 해 그간 거래해 온 상황도 이야기하고, 기사분들을 경험하고 만난 게 한 두 차례가 아닌데 내 입장에서도 조금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계속 죄송하다며 기사를 잘 교육하겠다는 답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내 입장에선 교육보다는 그 기사분의 미래를 위해-웬 오지랖-적절히 대처하는 법만 잘 알 수 있게 다독여주면 되겠다고 말을 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런 압력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사건은 돌아가는 길에 발생했다. 음주가무 문제로 얼굴을 계속 붉히던 요양사 한 분이 사탕을 기사 입 앞에 갖다 주며 위로하는 차원에 드시라 했지만, 오히려 사탕은 받지도 않은 건 물론이며, "자리에 가서 앉으세요."라고 다시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요양사님의 목소리는 커지고, 작은 욕까지 더해지자 보고 있던 시설 관리 담당자가 "그만하시죠!"라고 큰소리로 대꾸하자 기사와의 다툼이 오히려 회사 내 다툼이 되고만 아수라장 그 자체의 현장 상황이었다. 내 입장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 다행히 그 순간 마무리 전문이었던 선배 상사께서 두 분의 뒷수습을 하고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내릴 즈음 화를 내시던 요양사님께서 "눈치까지 보며 기사를 배려하고, 이해했는데 끝까지 퉁명스러운 어투로 자신을 쏘아붙인 기사가 괘씸하게 느껴졌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수고한 내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리셨다. 모든 게 완벽하면 좋은데 늘 이렇게 좋자고 했던 것들이 흐트러질 때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필자인 나도 예전 같았으면 혼자 자책하고 왜 그랬을까? 고민하며 날을 새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달랐다. 날 격려해 주는 분들과 책을 통해서 배운 교훈. 그냥 까짓것 쿨하게 잊자. 뭐 어때? 그럴 수 있지. 그리고 또 내일을 위해 다시 꿈을 꾸자. 오늘은 그저 조금 복잡했었던 추억일 뿐이다. 내일 또 다른 일을 위해 화사하게 시작하는 요일로 만드는 길밖에......


#요양원 속으로 #사회복지사 #요양원야유회 #요양보호사 #사회복지

목, 일 연재
이전 13화시즌2_요양원 속으로_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