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속으로 시즌3_1회
답답함을 호소할 때
요양원에 입소한 지, 약 2개월에 접어든 어르신의 하소연을 들었다. 어르신들이 생활하시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란 장점의 요양원. 1,000평의 넓은 대지에 300평 가까운 정원과 나무들, 야생화들이 피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어르신에겐 지금 장소가 마치 '창살 없는 감옥'으로 여겨진단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2.5 대 1의 어르신 케어 가능한 요양 보호사 선생님들이 계셨지만, 그것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숫자 놀이에 불과했다. 어르신이 10명이면 4명의 요양보호사가 낮과 밤교대로 어르신들을 케어하면 맞겠지만, 그것은 직원들의 휴무 상황을 배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인원 20여 명 가까이의 어르신을 당일 근무 2~3명의 숫자로 관리하는 것은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요양원에서 1 대 1 케어라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이전 양로원에 계실 때는 인지 가능한 여러 어르신들과 생활했던 것에 비해, 대부분이 누워 계신 어르신, 홀로 거동이 힘드신 어르신이 다수인 이곳에서 어르신 입장에서 말벗도 없으려니와 버텨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당연할 수도 있었다.
그간 복지사로서의 제반 업무로 넘쳐났다, 더운 여름이란 로 핑계로 어르신들 산책을 제때 시켜 드리지 못했다. 그 일들이 복지사가 책임져야 할 전담은 아니었지만 담당자로써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뤄둔 것에 죄송함이 앞섰다. 이를 조금이나마 깨달은 이상 더 지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어르신과 시설 주변 산책을 시작했다. 물론 한 사람 만을 위한 케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벼랑 끝에 선 어르신께 그것은 도리가 아니라 여겼기 때문이다. 어르신과 이야기도 나눌 겸 산책을 함께 진행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어르신에 최선을 다하고, 원내 생활이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 직원 간 의무이자 목적이라는 것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산책을 하시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시는 어르신. 처음 함께 산책을 했을 때는 귀담아듣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더운 날씨임에 불구하고, 그늘 막이 쳐진 벤치에 앉아 어르신의 살아온 길을 깊이 있게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이북에서 넘어오셨다는 어르신. 그리고 남편을 잃고 육 남매를 홀로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인생사.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으며, 종교 하나만을 바라보며 생을 살아오셨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기 진료를 받던 치과에서 잇몸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큰 병원에 가 볼 것을 권유했다고 하셨다. 결국은 서울대 병원에서 두 번에 걸친 후두암 수술을 하시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난청으로 인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 말씀하셨다. 안타깝지만 그것도 하나님의 뜻임을 염두에 두고 기도하신다고 하는 어르신의 이야기. 이것이 종교란 힘이구나 깨닫게 되었다. 오른쪽 입가 주변 피부 조직을 두 번이나 도려내고, 항암 치료와 수술을 받으셨다는 어르신의 말에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을까...... 나 자신도 그 상황을 상상해 보니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을 뿐이었다.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얼마나 심한 고통을 느끼셨을까?' 하'라는 애처로움. 이후 다행히 암은 전이되지 않고, 첫 째딸이 초청해 다녀온 미국의 병원에서도 완치 판정을 받아 현재 90세 중반 연세에 이르게 된 현재도 건강히 생활을 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2남 4녀, 의젓한 직장에 다니는 두 아들,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이수해 잘 살고 있는 첫째 딸. 그리고 자신을 이곳에 잠시 머물게 한 수녀님 딸, 이어서 강원도에 살고 계신 따님들의 이야기 등. 하나님을 섬기며, 가톨릭 집안으로 3대 이상 살아오셨다니 얼마나 깊은 신념과 강건함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을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않더라도 파악이 되는 어르신의 삶이었다. 마지막으로 손을 꼭 잡으시며, 내게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손을 꼭 잡아주던 내 모습을 잊지 못하신다며, 그에 대한 감사를 표하셨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에, 공경해야 할 어르신이기에 한 것뿐이니 제게 감사하실 필요는 없다고... 정말 어르신들이 좀 더 살아 있는 기분, 숨 쉬고 살구 있구나.라는 마음을 느끼게 해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밖에 답이 없었다. 창살 없는 감옥이 아니라, 눈 뜨고 풍경을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드리고 싶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사명감, 그것은 우리 모든 요양원 직원들의 소명이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여겼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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