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모 정치인이 한 나라의 옥쇄에 해당되는 대표 직인을 가지고 지방으로 순식간에 잠적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그러한 일이 TV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참 영특하다? 졸렬하다고 해야 할까? 이런 일을 종종 겪을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이런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이 정치인처럼 도장을 가지고 도망간 것도 아니라면 무슨 일일지 풀어써본다.
두 달 전, 요양원으로 봉성체란 기도 의식을 위해 방문하는 수녀님이 긴급 입소 의뢰를 하셨다. 요양원에 입소해도 될 정도의 70세 되신 수녀님. 그 수녀님의 어머니가 천주교 산하 양로원에 거주하고 계셨다. 내 속마음으론 '굳이 요양원으로 오시는 것보다 그곳이 더 평안하고 자유롭게 산책과 의사소통 가능한 분들이 많은데 왜 옮기실까?'라는 의구심이 들긴 했다.
하나, 둘씩 질문하려 해도 자신의 할 말 위주로만 일방통행하는 수녀님. 결국 이곳 요양원 오게 되면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당신의 어머니를 요양 시설에 입소시키고자 한 것이다. 전달하듯 직진하는 언행이 우리 모든 직원들 입장에서도 불쾌했으나 싫은 내색은 제쳐두고 수녀님과 어르신에 대해 친절히 응대해 드릴 수밖에 없었던 요양원의 상황이었다. 끊임없이 어르신의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두 달 거주하시다가 기다리던 요양 급여 등급이 나오고, 뛸 듯이 기뻐하던 보호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등급을 받은 후 말이 안 되는 이유로 불만을 나타내셨다. 이곳은 1대 1 케어가 어려우니 어르신의 산책이 어렵고, 그로 인해 어르신께서 무척 답답해한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신 것이다. 결국에는 부천에 위치한 천주교 산하 요양 시설로 갈 예정이란 말을 간호사와 나눈 사실을 확인했다. 요양 시설의 특성상 1대 1 간병이 힘든 상황에 매일 어르신을 산책해 드리는 것은 요양사 선생님들에게 곤욕이었다. 어르신 1명에 요양보호사 2.5명이라지만 예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짜 맞추기식 공식에 의한 것일 뿐 2~3명의 선생님이 10여 명 이상의 어르신을 케어하는 상황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모든 결과는 최종 등급이 나온 뒤 남동생이 거주하는 부천, 천주교 산하 요양시설로 입소할 것이란 일방통행식 전달로 마무리되었다. 그렇다고 가실 분을 강제로 말릴 수 없는 일. 왠지 뒤통수 맞은 느낌으로 짜인 틀 안에서의 계산된 행동들로 요양 시설을 이용한 것은 아닌지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 좀 더 편한 곳, 신앙적 안정을 요하는 방향으로 옮기셨을 테니 어르신에겐 원망할 필요가 없겠거니 생각한다. 그저 오실 때 손을 꼭 잡아드린 것처럼 그곳에 가셔서 평안히 계시라고 주름 진 손을 꼭 잡아 드리며 기도해 드리는 것이 사회복지사로서의 일이었다.
어디에서든 오시는 분이 계시면 또 가시는 분이 계시는 요양원 일상. 불편한 말이지만 '등급 들고 나르샤'처럼 어르신 한 분을 또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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