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인수인계, 이해해야 하는 직업
일이 끝이 없다는 말이 맞기도 하다.
이제 좀 마무리가 되고 익혀가겠거니 하면,
어김없이 내 옆으로 다가와
"시간 되세요?"
살며시 이야기하는 치료사 K.
퇴직을 얼마 안 남긴 상황 K는 친절한 면과 함께 전쟁 터에서 속도전을 거듭하는 지휘관의 모습도 있다. 가끔 내게 들이받을 정도의 스피드로 인수인계를 진행해 온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 핑계라면 핑계랄까 정신 집중을 하려 해도 듣지 않게 되거나 정리가 쉽게 되지 않을 때가 많았던 이유였다.
또한 업무 내용을 숙지하려는 상황에서 불쑥 다가와 또다시 "시간 괜찮으세요?" 라 이야길 할 때면 이미 그 일은 적응이 되었는데 왜 또 들어야 하나? 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짜증 냈던 건 아니었는지도 모를 혼란과 혼돈이 계속되었다. 어르신 이름 하나하나, 건강 상태, 보호자와의 관리 등도 어깨의 무게처럼 느껴졌던 요양원 사회복지사 초창기의 모습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배우는 입장에서 웃으며 응대해도 되는데 상대방이 어리다고, 준비 없이 속전속결식으로 일 몰 이를 전달해 주는 것이 불만이었을 수 있었다. 이러한 불만을 내 입 밖으로
끄집어낸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되었다.
한참 흘렀지만 일상을 에세이로 나누는 수업 중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차에 김신회 작가님이 전한 말씀이 떠올랐다.
'타인을 무시하는 건,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무시하는 것.'
이라고......
내게도 누군가에 대한 무시나 비판의 마음이 밀려온다면 그 당시 작가님이 던져주신 이 말씀을 비장의 카드로 늘 꺼내봐야겠다.
그러지 말아야지. 좀 더 낮아져야지.
누군가 내게 덤벼든다 하더라도 심호흡하고, 상냥한 미소로 맞받아쳐야지. 쉽지는 않다. 손이 먼저 움직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
상대의 불편스러운 모습이 정말 보기 싫은 자신의 얼굴이자 거울이란 걸 잊지 말지어다. 이처럼 다양한 대처법에 따라 우리의 관계. 나의 내면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요양원의 사회복지사가 지녀야 할 자질 중 하나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고, 호흡하고, 웃는 게 선이다.
"죄송한데, 바쁘지 않으면 제 일 먼저 마치고 시작할게요."
이 말이 뭐가 어렵다고 얼굴 붉히며 (화난 말투로) "저, 아직 할 일 남았거든요?!" 이러지 말자.
어르신 대하는 것처럼 살갑게, 달달하게
일상을 대해야겠다. 이게 지금 내가
바라보아야 할 거울 속 내 소중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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