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1회 정도씩 발마사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문적인 마사지사가 진행하는 활동이 아니라 전혀 거창하지도 않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손에 마사지용 크림을 듬뿍 묻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어르신의 거친 발등과 바닥을 매만져 드리는 일이다. 별로 힘도 안 들어갔는데, 별 것 아님에도 시원하고 좋으시다는 어르신의 미소 띤 소감에 감사할 뿐이었다. 사실 처음엔 부담스러웠던 업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당연히, 으레껏 무의식적으로 진행과 참여를 독려하며 반복해 온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처음의 익숙하지 않은 냄새와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부담. 어떤 일이건 그렇듯 적응하기 위한 노력, 이에 따르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이때 떠오른 단어가 사명감이었으고 마음을 다지는 시간 속이 넉 달 이상의 요양원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조금 익숙해졌고 능숙해지자 어르신들의 발에 살피며 생각했다. 세월에 묻어난 발의 역사. 발을 통해 바라본 어르신들의 인생역정이 문득 떠올랐다. 수십 년 동안 이곳, 저곳을 걷거나 일하시며 소중한 두 발로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셨을까? 어르신들의 발은 세월이며, 역사의 흔적이라는 거창한 생각에 도달했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방법을 이처럼 선회시켜보니 더 큰 책임감도 들게 되었다.
곱고 예쁘게 늙어가는 발, 억세고 거칠며, 노랗게 변색되어 가는 발톱. 그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어르신들의 흔적들. 그래서 더 소중히 매만져드리고, 그분들이 걸어온 길을 떠올려 보았다. 아직까지 듣지 못한 이야기들. 아니하고 싶어도 이제 온전한 정신으로 나눌 수 없는 이야기로 멈춰버린 세월에 슬픔이 묻어 나온다. 평생 다시는 기억하지 못할 어르신의 삶에 작은 보탬이나마 되는 것이 지금 우리 복지사들이 할 일이다. 쉽게 생각하지 말고,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 것, 프로그램도 그렇지만 직장이란 무게 대신, 삶 자체의 새로운 기회로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인다. 우리를 대신해 굴곡진 인생을 걸어온 어르신들을 위한다는 맘을 지닌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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