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 짝꿍이 끓여준 소고기 미역국을 먹고 잠시 쉬다가 미리 알아본 산후조리원 두 군데를 갔다.
첫 번째는 분만병원 연계 산후조리원.
곧 리모델링을 마칠 예정이며 비용도 저렴하고, 병원 연계라 의사 선생님 회진이 주 6회라고 들었다. 평이 나쁘지 않기에 사실상 내 마음속 1위였는데...
상담하러 직접 가보니 난장판이었다.
상담실이 따로 없고 신생아실 앞에 탁자와 소파를 두고
소독약 한번 분무하는 게 방역의 전부,
상담받는 중간중간 산모와 아기가 마스크 없이 신생아실을 들락거리는 모습에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게 맞나 신뢰도가 동시에 급 하락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두 번째는 병원과 집에서 조금 멀지만 짝꿍 회사에서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고급 산후조리원. 방문예약을 했는데 가는 길에 리모델링하고 나서 비용이 130만 원가량 올랐다고 들었다. 130만 원이 개껌 값도 아니고, 이렇게 올릴 일인가.. 어차피 멀기도 하고 그냥 좋은 곳 얼마나 좋은지 보기나 하자고 방문한 게 패착이었다.
이 나라의 어떤 것이든 다 들어맞는 규칙이 있다. 비싼 것은 돈값을 한다.
일회용 방역복을 입고 들어가 리모델링을 막 마치고 입소 전인 방들을 보는데 차원이 다른 거다. 신생아실도 다 유리 통창에 아이들마다 방이 나눠져 공기청정기가 방마다 있었다. 무엇보다 외부인 접촉할만한 시설은 아예 입구가 달랐다. 모든 게 체계적이고 위생적이었다.
상담도 어찌나 잘하시는지, 어차피 한 달 전 환불 100%라는 말에 홀리듯 예약금을 입금하고 나왔다.
그래.. 내가 더 벌지 뭐 하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조금 후련해진 상태에서 디카페인 카페에 갔다.
기간은 아직 남았으니 다른 곳도 천천히 보면 돼.
산후조리원은 그렇게 마무리하고, 정신 차려보니 생일이 몇 시간 안 남았다. 백화점에서 선물로 받을 만한 것을 고민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짝꿍의 특식을 먹으며, 보내던 생일 중엔 가장 소박한 생일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