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엉 Dec 07. 2021

두구두구두구

그래서 성별은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16주 진료의 아침이 밝았다.

어젯밤부터 짝꿍과 긴장된다 잠 안 올 것 같다 너스레를 떨었지만 의외로 잠은 푹 잤다.


사실 32주 전까지 성별을 병원에서 알려주는 행위는

2021년 오늘까지도 불법이라고 한다.

(과거 성별을 알고 특정 성별이 아니면 아이를 지우는 행위 때문이었을 것이라 추측해보지만, 대체 왜 지금까지..? 아직도 그런 추세인가 싶다.)


그러나 15주가 넘어가면서 태아의 성기가 밖으로 드러나고

사실상 초음파를 보면 성별을 모를 수가 없다.

그 존재감(?)은 의사가 아닌 내가 봐도 알만 하다.


9시 30분 예약에 맞춰 출근하는 차들과 함께 살짝의 교통체증을 겪고 병원에 도착했다. 토요일은 사람이 많으니 평일에 오라던 간호사님의 안내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오히려 월요일이 더 미어터지는 느낌이었다. 예약시간에서 30분을 훌쩍 넘기며 대기를 하다가 짝꿍을 두고 혼자 진료실에 들어갔다.


초음파는 초음파실에서 짝꿍과 함께 볼 줄 알았는데, 진료실에서 바로 본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밍고의 성별 발표 순간을 이렇게 혼자 볼순 없는데..!


"남편분은 영상으로 받아보시면 되죠~"

쿨한 의사 선생님 말씀에 하는 수 없이 누워서 배를 까 보니

어느새 뼈를 형성하고 있는 밍고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둘리 극장판에 나오는 가시고기 같이, 등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니 또 새로운 느낌.


땡글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고

여전히 우렁찬 심장소리도 듣고

건강한 모습을 확인하는 동안

외면할 수 없는 그곳의 그것이 보였다.


'BTS로구만...'


짝꿍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블랙핑크였기에

진료실에서 나와서 조용히 말했다.


"초음파를 진료실에서 보더라고..?"

"봐.. 봤어? 이렇게 본다고?"

"응..."


"축하해 아들이야"


짝꿍은 잠시 리액션을 잃었다.

사실 내심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끝에 끝까지 딸이었음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다.

그 반응이 너무 웃겨 쉴 새 없이 웃었다.


"그래.. 나도 마음속 깊이는 아들을 원하고 있었어

..."

수습처럼 되뇌는 짝꿍의 한마디에 더 크게 웃었다.



16주 2일 차. 또 엎드려 있는 밍고. 뼈가 보인다.


밍고야 네가 아들이건 딸이건 엄마는 너를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블랙핑크냐 BTS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