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가자미눈 산책

by 작가의숲

"오빠, 바깥은 어두우니까

거실에서 산책하세요"


오빠는

하루에도 수없이 산책을 나가고

밤낮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시월 들어 맑은 날이 거의 없었고

비는 지겨울 정도로 잦았다


그래서

오빠의 거실산책이 시작된 것이다


"고개를 정면을 봐야지

눈을 내리 깔고 걸으면 안 돼"


오빠는 보행자세가 늘 문제다

자세가 바르지 않으니

걸음걸이가 위태위태해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걷는 동안

나는 자세교정에 관한 얘기를 자주 한다


"이게 일명 가자미눈 보법이라고

정면을 봤다가 가끔씩

주변에 위험한 게 있는지 살피는 거지"


오빠는 제법 그럴싸한 핑계를 댔다


"지금 매의 눈으로 봐도 될까 말까인데

가자미눈으로 보면 되겠냐고요"


이러다 조만간

오빠는 공군과 해군의 능력을

모두 갖춘 산책전문가로

거듭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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