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살살 엉금엉금

by 작가의숲

오빠는 약을 복용한 직후에

가장 힘들어한다


약 기운이

온몸에 퍼지기 전까지는

몸의 움직임도 쉽지 않다


그럴 때면

같은 자리에 바위처럼

오래 앉아있는 경우도 많다


"오빠, 조금씩 움직이세요?

그래야 빨리 몸이 풀리지"


"안 움직여져서 그렇지"


약을 먹었다고 해서

금방 몸이 말을 듣는 건 아니다


"그래도 시간을 앞당기려면

발가락 하나라도 살살 움직여야지"


그랬더니 오빠도

알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살살, 엉금엉금"


그렇게 우린 그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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