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느낌대로
아침 7시 40분
중천에 뜬 해를 겨우 찾았다
연일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는 8월 중순!
하지만,
간밤에는 20도까지 뚝 떨어져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닫고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낮은 여름
밤은 가을
나름 낭만적이다
그렇게 밤낮의 기온차가
무려 13도 이상 났던 탓일까
아침이 오기도 전부터
안개는 모든 풍경을
한꺼번에 삼켜버렸다
2미터가 훌쩍 넘는
옥수수밭 위까지
바짝 내려앉은 안개
해가 뜬 한참 후에도
주변 눈치도 보지 않고
주변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듯했다
평소 보이던 산과 들도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은 것처럼
모두 사라졌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전깃줄에 앉아 구구거리던 비둘기도
오늘따라 말이 없다
같이 있지만
마치 혼자인 것처럼
산기슭을 지키는
왕버들 두 그루도
유리창 너머 있는 것처럼 희미하다
마을 끝에 자리한
야트막한 산봉우리도
여전히 안갯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허덕인다
안개는 마치
평소 잘 알고 있는 길을 잃었거나
아무도 없는 독방에 갇혔거나
친구나 가족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잠깐 동안의
지독한 단절 같은 것!
이렇게
안개가 내리면
주변을 감싸주던
따뜻한 위로와 포근함이
일순간 모두 사라지고 만다
안개가 내리는 날에는
누구든 혼자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