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너구리 화장실

by 작가의숲

집 앞으로

오빠랑 둘이

기분 좋게 산책을 나갔다가

한 무더기의 똥을 만났다


동네 떠돌이 개들의

소행 같지는 않았다


개들은

그렇게 한 장소에

일정하게 볼 일을 보는

스타일은 아니란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게 없는 오빠는

이번에도 정답을 알려줬다


"너구리 화장실이잖아"


"너구리가 화장실을 쓴다고?"


사실이었다


너구리는

화장실을 만들어

그곳에서만

볼일을 보는 습성이 있다


화장실의 면적은

점점 넓어지고

냄새도 심해졌다


배설물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는데

말하자면

서로의 건강정보 같은 게

있기라도 한 걸까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자세히 보니

작은 열매의 씨앗이 소복했다


너구리끼리 알아야 할 정보를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매일 체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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