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이야기가 아니다
올봄,
너구리를 우연히 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느 날
알 수 없는 동물이
보란 듯이
마당을 지나갈 때만 해도
그저 신기했다
대개 시골에 사는 동물들은
사람을 피해 다니거나
야행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건 뭐, 대낮인 데다
버젓이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바로 너구리였다
내가 알던
동그란 안경과
귀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빠한테 물었다
"오빠,
너구리가 원래
귀여운 동물이잖아.
그런데 너구리가 왜 저래?"
오빠는 이미
그 외모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는 듯했다
"갯과동물이잖아
잡식성이고 대식가인데
봄철에 먹을 게 없으면
털이 엄청 거칠해져서
정말 못생겨 보인다"
"우리만
보릿고개가 있는 게 아니구나"
오동통 너구리는
그저 라면 이야기였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