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핵심은
'익힘의 정도'라고 했던가
그런데
과일을 고를 때는
'무름의 정도'가 중요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빠가 좋아하는
살구를 꽤 많이 샀다
갓 샀을 때
정말 싱싱해 보였고
겉모습만큼이나
맛도 상큼하고 달달했다
"너무 무른 것은
상큼한 맛이 떨어지는데
약간 단단한 게
오히려 더 달아"
오빠는
이렇게 과일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말하며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 밤
살구는 살짝 무름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일 무르는 건
한 발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는데
그다음 단계로 가면
사람이 절대 따라잡을 수 없지"
오빠의 말은
늘 이렇게 철학적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인간이 따라잡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인생에서는
조금의 무름 현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