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나는 '걱정인형'이다

by 작가의숲

오빠는 늘 걱정과 불안이 많다


신경계통의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불안장애이다


근본적인 원인도 있지만

심리적인 것도 있고

신체적인 것도 있다


보행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자세가 불안정하고

그 때문에 넘어질까 봐

마음이 불안해지게 된다


"아유, 무서워"


오빠의 이 말에는

신체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그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오빠는

정말 나쁜 행동은

겁 없이 하더니

건강해지는 동작은

오히려 겁을 내는 것 같아"


나의 일장연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걱정은

절대 하지 마라

우리 집은 지금

아무런 걱정이 없으니까"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불안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빠는

정말 사소한 것부터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는 것까지

모든 걸 걱정한다


어느 날 문득

과테말라의 전설에서 유래되었다는

걱정인형이 생각났다


잠들기 전 자신의 걱정을

인형에게 이야기하고

베개 밑에 넣어두면

인형이 걱정을 가져간다는

그 전설 속의 걱정인형을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오빠의 그 모든 걱정과 불안을

가져갈 수 있는

'걱정인형'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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