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왕노릇하는 왕대추

by 작가의숲

오빠는 아침 일찍

내 침대맡에

대추 한 알을 두고 가면서

먹어보라고 했다


산책 다녀오는 길에

마을길에 있는 대추나무에서

한 알을 따온 거였다


"대추가 벌써 익었을까?"


한입 깨물어 보니

이제 막 단맛이 오르기 시작한 듯

살짝 단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난 후에는

찬물을 달라거나

신발 신는 거 도와달라는

오빠의 요구가 이어졌다


"오빠, 대추 한 일 달랑 주고

나를 이만큼 부려먹는 건 아니지?"


"그냥 대추가 아니고

왕이잖아"


"그럼 왕대추 한 알 주고

왕처럼 나를 부려먹는 거네

근데 대추가 왕이지

오빠가 왕은 아니잖아"


대추를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고 했던가

정작 대추를 먹어야 할 사람은

오빠이니까

왕대추 먹고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랄 뿐이다


왕이 된 것처럼

나를 부려먹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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