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세례도 받았으니 엄연한 1인분

21.05.16(주일)

by 어깨아빠

(서윤이 세례 받는 것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교회에 머물렀다. 평소에 우리는 3부 예배를 드리는데 유아 세례식은 4부 예배에 포함되었다. 유아 세례식이 예배 초반이라, 평소처럼 3부 예배를 드리고 4부 예배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유아 세례식만 마치고 왔다. 서윤이가 계속 엄마에게 안기겠다고 해서 조금 곤란했지만 워낙 금방이라 무사히 마쳤다.


서윤이 세례 받는 건데 희한하게 시윤이 세례 받을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성탄절 예배 때 세례를 받았는데 아내가 무척 아팠다. 감기 몸살 증세가 심했는데 하필 그때 나는 드럼을 쳐야 해서 아내가 홀로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예배를 마치고 나서 바로 (내) 엄마 집에 갔고 아내는 약 먹고 계속 잤다. 다음 날 병원에 가 보니 독감이었다. 그냥 그때가 많이 생각났다.


세례까지 무사히 마치고 차에 타서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밥은 집에 가서 먹어? 어떻게 해?”

“먹고 들어갈까?”


‘먹고 들어가자’가 아닌 ‘먹고 들어갈까’였지만, 아내의 바람이 잔뜩 담긴 문장이었다. 물론 내가 그냥 집에 가서 먹자고 했으면 그렇게 했겠지만. 아내의 말대로 밖에서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교회 근처에서는 가 본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는 곳이 별로 없다. 새로운 식당에 가려면 맛보다 먼저 고려하고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아, 혹시 거기 아기 의자 있나요?”


아기 의자가 없는 곳에서 서윤이를 데리고 밥을 먹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소윤이 때는 언제나 부스터를 들고 다녀서 상관이 없었는데, 서윤이는 오히려 부스터에 앉혀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막 다닌다. 맨 처음 전화한 곳은 휴무, 그다음 전화한 곳은 아기 의자가 없어서 갈 수 없었다. 세 번째 전화한 곳에 아기 의자가 있다고 해서 거기로 갔다.


칼국수와 돈까스를 시켜서 소윤이, 시윤이와 함께 먹었다. 서윤이 점심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서 식당에 있는 맨밥을 먹였다. 배가 고팠는지 그것도 맛있다고 잘 먹긴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역시나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교회에서 준 떡이 있었는데 그게 아내와 나의 구원이었다. 층과 층 사이를 달달한 설탕 같은 걸로 채운, 서윤이에게 주기 부적합한 떡이었지만 그거 안 주고 울고불고 난리 쳐서 아내나 나 누군가 한 명은 밥을 못 먹게 되는 게 더 부적합했다. 서윤이가 태어나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달달했을 떡을, 조금씩 떼어서 줬다. 그 덕에 식사를 마칠 때까지 우리는 모두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우노도 좀 하고(어제처럼 많이 하지는 않았다) 간식도 좀 먹고 그러다 보니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실제로는 아니겠지만) 시간이 훌쩍 흘렀다. 서윤이는 오늘도 계속 기분이 좋았다. 손가락을 참 자주 빨긴 했지만 어쨌든 우는소리를 별로 못 들었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나한테 와서 안기거나 뽀뽀 해 줄 때(물론 내가 먼저 구걸하긴 하지만) 너무 황홀하다. 그냥 잘 놀면서 웃는 것만 봐도 그런데 나한테 와 주기까지 할 때는 황송스러울 정도다.


저녁에는 남은 밥과 얼려둔 밥을 탈탈 털어서 볶음밥을 만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다 넣었는데 아내가 물었다.


“여보. 서윤이 밥도 남겼어?”

“어? 아니? 다 넣었는데?”

“아 진짜? 서윤이는 먹을 게 없네”

“아, 그렇구나. 내가 생각을 못 했네”


이제 서윤이도 엄연한 ‘1인분’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밥은 못 먹이고 고구마랑 치즈를 저녁으로 먹였다.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좀 미안했다. 고구마랑 치즈라서 그랬는지 끝까지 투정 한 번 안 부리고 잘 먹었다.


다 끝내고 애들 재우러 들어간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소윤인 왜 이리 안 잘까. 웬만하면 잠들 때까지 있어 주고 싶은데”


언제나 아침 일찍 일어나고, 낮잠을 자지 않는 소윤이가 밤에도 눕자마자 잠들지 않는 날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많이 컸다는 게 아닐까 싶다. 시윤이나 서윤이처럼 졸릴 때는 머리만 대면 바로 자는 게 이제는 잘 안될 때도 있나 보다. 아내에게는, 하루의 마지막 시간을 따뜻하게 채워주고 싶은 마음과 하루 종일 고생했으니 밤에라도 좀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는 시간이다. 아내는 소윤이가 거의(?) 잠들었을 때 나왔다. 동생들이 먼저 잠들고 엄마도 나가면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든다는 소윤이를 위한, 아내의 최대한의 노력이었다.


“여보. 나 산책 좀 갔다 올게”

“그래? 왜? 기분 안 좋아?”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바람 좀 쐬고 싶어서”

“비 오는데 괜찮겠어?”

“어, 우산 쓰면 되지”


하루 종일 같이 있었기 때문에 아내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일을 대부분 지켜봤다. 딱히 안 좋은 일은 없었다. 진짜 그저 바람이 쐬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굳이 자세히 캐묻지 않았다. 아내는 한 시간 남짓 산책(센트럴파크를 유유자적 걷는 그런 산책은 아니었겠지만)을 하고 돌아왔다. 혹시나 싶어서 아내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폈는데 역시나 특이한 건 느끼지 못했다.


“여보. 내일 서윤이 생각 많이 나겠네?”

“그러게”


그래도 이틀만 출근하면 또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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