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4(목)
오랫동안 모임이 중단되었던 처치홈스쿨 모임이 조금씩, 부분적으로 재개되었다. 리더십인 우리가 재개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무튼 덕분에 아내는 엄청나게 바빠졌다. 일정이 무지하게 빡빡해졌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에 두 번씩, 그 중에 하루는 아주 먼 곳으로(무려 시흥까지) 가야 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우리 집에 약간 감기의 기운 비스무리한 게 돌고 있다. 참 신기하게도 나만 빼고. 내 체력이 좋은 건지 나라도 버텨야 한다는 정신력의 승리인 건지 아무튼 다들 아주 조금씩 골골대거나 하자가 있는데 나만 멀쩡하다. 아내도 곧 몸살이 오려나 싶은데 더 이상 진행은 되지 않지만 기력은 매우 쇠한 상태였다. 의외로 깡다구와 의지력이 있는(운동과 다이어트 앞에서는 말고…) 아내는 꿋꿋하게 일정을 소화했다.
처치홈스쿨 모임을 하러 가기 전에는 잠깐 (내) 동생네 집에도 들렀다. 처치홈스쿨 모임에 가서는 놀다 오는 게 아니라 선생님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냥 친목 모임과는 다른 체력의 소모가 뒤따른다. 가는 길, 오는 길 운전하는 거리와 시간도 만만하지 않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부만 하고 오는 게 너무 슬펐는지 울었다고 했다. 대체로 이럴 때는 오히려 소윤이가 울고 시윤이는 안 우는데 오늘 시윤이가 울었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소윤이가 울었다고 한 건 확실히 기억이 난다. 놀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방역 수칙 지키느라) ‘바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에 아직 적응하기가 힘들었나 보다.
아내는 집에 와서도 쉴 틈이 없었다. 저녁에는 새로운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만남의 거리는 멀어졌으나 횟수는 늘어난 면이 분명히 있다. 아내는 내가 퇴근하기 전에 미리 애들 저녁을 먹이기 시작했고,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다 먹었을 쯤이었다. 난 도착하자마자 바로 온라인 모임 준비를 했다.
소윤이는 이제 스스로 씻는 게 가능하다. 물론 꼼꼼함에서는 아내가 씻겨주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체 해결이 가능할 만큼 컸다는 얘기기도 하다. 내가 씻겨주는 거랑 비교하면 오히려 소윤이 스스로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소윤이가 늘 얘기한다.
“아빠. 아빠는 왜 이렇게 대충 씻겨여?”
“아빠가 뭘 대충 씻겨”
“아니, 엄마는 여기도 이렇게 닦고 여기 귀 뒤에도 닦고 구석구석 닦는데 아빠는 그냥 이렇게 막 문지르고 끝나잖아여”
“아니야. 아빠도 여기 이런데 다 닦았잖아”
“아닌 거 같은데”
그래. 그런 건 엄마 말씀을 철석같이 따르도록 하여라. 아빠 닮지 말고.
소윤이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혼자 씻으라고 했다. 소윤이는 자기가 할 줄 알아도 아직 엄마나 아빠가 씻겨주는 걸 더 좋아한다. 시윤이도 혼자가 가능은 하지만 완성도(?)가 소윤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나랑 비교해도 내가 나을 정도다. 시윤이는 웬만하면 씻겨 준다. 내가 먼저 모임에 참여하고 아내는 애들 잘 준비를 하느라 좀 늦게 합류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원래 모임을 하는 동안 거실에서 놀든 뭘 하든 자유롭게 있기로 했다. 모임의 주제가 아이들과 관련된 거라 애들 얘기를 해야 했는데, 소윤이가 너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흉을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애게 조용히 얘기했다.
“여보. 애들은 언제 들어가서 자?”
“아, 그냥 조금 있으라고 했는데 자라고 할까?”
“그게 좋을 거 같아”
아내는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들어가서 자라고 얘기했고, 소윤이는 또 울었다. 소윤이는 참 눈물이 많다. 결과적으로는 아내도 함께 들어가게 됐다. 서윤이를 재우려면 아내가 들어가야 했다. 서윤이만 늦게 재워 볼까도 생각했는데 서윤이가 알아서 언니와 오빠를 따라 들어갔다.
아내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누가 원인이랄 것도 없이 셋 다 안 잤다. 중간에 내가 가서 분위기 정리를 했지만, 그래도 오래 걸렸다. 아내는 방에서 소리로만 듣다가 모임이 끝나기 10분 전쯤 다시 나와서 겨우 참여했다. 그 와중에 서윤이는 또 깼다.
아내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고, 이번에는 내가 방으로 들어갔다. 서윤이는 매우 세차게 울며 저항하는 듯했지만, 역시나 잠깐이었다. 금세 포기하고 누워서 손가락을 빨았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울다가 다시 눕기를 몇 번 반복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재우긴 했다.
“와, 오늘은 진짜 피곤하다”
“그렇지. 여보 오늘은 진짜 피곤할만하다”
“아, 근데 진짜 멀긴 멀더라”
“그래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
아내와 거실 바닥에 상을 펴고 앉아서 늦디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아내는 애들이 먹다 남긴 밥에 고추 참치. 난 어제 먹다 남아서 냉장고에 들어갔던 차가운 치킨. 신하균이 출연한 유퀴즈를 보며 먹었다. 애들이랑 보내는 일상도 무척 소중하고 이때가 너무 금방 지나간다는 어른들의 말도 절실히 실감하지만, 아내랑 이렇게 즐기는 소소한 순간도 정말 좋다. 아이들과의 일상 못지않게 아내와의 일상도 순식간에 지나갈 것 같다. 이때의 이 감성은 이때뿐일 테니. 몇 년만 지나도 이제 중년의 감성이 될 거다. 아직 중년은 아니니 기회가 있을 때 소중하게 즐겨야 한다.
아내랑 둘이 여행 아니 여행은 바라지도 않고 온전히 하루를 써서 데이트하는 날은 언제나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