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하얗게 불태우고 약과 함께 잠들었다

21.06.25(금)

by 어깨아빠

아내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처치홈스쿨 모임이 있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우리 집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이건 또 이것대로 바쁘다. 오후에 모임이었으니 오전에 열심히 집 치우고 집안일 해 놓고. 아내는 청소하다 힘들어서 거실에 잠깐 대자로 뻗었다고 했다. 서윤이는 누워 있는 엄마를 보고 부지런히 다가오더니 아내의 허벅지를 베고 그대로 잠들었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엄마가 열심히 집안일을 하는 동안 언제나처럼 둘이 역할 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너무 세밀한 부분까지 디렉팅을 줘서 다소 피곤하기도 한 소윤이의 기획과 연출로 이뤄지는데, 대신 참신한 게 많이 나온다. 오늘은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표를 직접 만들었다. 거기 이름을 조금씩 틀렸길래 왜 그런 건가 했더니 나름 역할극이라고 극중 이름을 쓰는 거라고 했다. 소윤이의 마음이 담긴 역할극이었다. 소윤이는 제주도가 너무 가고 싶다고 했다. 제주도 여행의 어떤 부분이 소윤이의 마음에 그렇게 강력하게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즘 들어 제주도 가고 싶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소윤아. 그 누구보다 엄마랑 아빠도 가고 싶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꽉 찬 일정을 모두 소화한 아내는 저녁 차릴 힘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춰서 집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이랑 이것저것 주문을 했다. 아내는 오늘도 교회에 간다고 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닌데 괜찮겠냐고 물었는데, 아내는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 주야 오랜만이었으니까 잠시 잊었다고 해도, 오늘은 지난 주의 경험을 교훈 삼아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주춤할 줄 알았는데, 역시 생각보다 뚝심이 있다.


역시나 오늘도 서윤이가 만만하지 않았다. 막 울고 짜증 낸 건 아니었다. 다만 좀 시끄러웠다. 목사님의 목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예배당의 침묵을 깨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 졸렸을 텐데 자지도 않았다. 계속 뭔가 사부작거리며 놀다가 갑자기 한 번씩 큰 소리를 내고, 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해야 한다고 하면 싫다면서 짜증 내고(놀랍게도 이런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소통은 꼭 언어로 할 필요가 없다). 이게 꼭 기분이 좋아서만 그런 건 아니고, 그만큼 졸리다는 신호였다. 애들이 엄청 졸리면 잠들기 직전에 과흥분 상태가 되곤 한다. 결국 서윤이를 안고 예배당 밖 로비로 나갔는데, 그 짧은 3초 정도의 시간 동안 서윤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기 위치를 만방에 알렸다.


로비에 나오면 잠잠해진다. 이것도 신기하다. 그럴 거면 그냥 안에서 조용하면 되지 안에서는 안지도 말라더니 밖에 나오면 조용한 이유가 뭐냐. 급히 나오느라 맨손으로 안고 나왔다. 아기띠가 아니었는데도 서윤이는 내 어깨에 기대서 손가락을 빨며 잠에 가까워졌다. 잠시 후 아내가 아기띠를 하고 나왔고 난 서윤이를 아내에게 넘겼다.


소윤이랑 시윤이도 졸리긴 엄청 졸렸다. 항상 비슷한 광경이다. 소윤이는 졸리지만 꿋꿋하게 버텨 내고 시윤이는 버티다 버티다 마지막에는 거의 잠들 것처럼 졸고. 오늘은 완전히 잠들지는 않았다. 서윤이만 잠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었다. 아직 완전히 정상이 아닌 아내는 처방받은 약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들어갔다. 오늘은 다시 나올 생각 없이 자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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