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6(토)
시윤이가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엄마랑 데이트 하기로 한 날이었다. 아내의 몸 상태가 영 별로긴 했지만 기대에 부풀다 못해 터지기 직전이었던 아들을 위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헌신했다. 아침에 나랑 시윤이가 가장 마지막까지 방에 남아 있었다. 내가 먼저 깨고 시윤이가 마지막으로 깼는데 깨자마자 나한테 한 말이 이거였다.
“아빠아. 저는 오늘이 너무 기다려졌어여어. 너무 기대하면서 잤어여”
지난 번 소윤이 때랑 비슷하게 계획을 했다. 서울 쪽은 사람이 너무 많으니 일산 모처의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시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탕수육을 먹고) 카페에 가서 차도 한 잔 하고 상황을 봐서 산책도 하고.
두 딸을 봐야 하는 나도 계획을 짰다.
“소윤아. 우리는 어디 가지? 가고 싶은 곳 없어?”
“음, 스타필드?”
“스타필드? 거기 가서 뭐하려고?”
“오락이 하고 싶어여. 오락”
“오락? 그래?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가자여. 너무 하고 싶어여”
“그래? 알았어. 생각 좀 해 보자”
그걸 듣더니 시윤이는 자기도 오락이 하고 싶다면서, 자기도 가고 싶다고 했다.
“시윤아. 시윤이는 엄마랑 데이트 하잖아. 엄마랑 데이트 안 하고 아빠랑 오락하러 갈 거야?”
“아, 아니 그건 아닌데에”
아내는 오전 시간이 채 다 지나기도 전이었는데 피곤해 보였다. 아무래도 체력이 좀 달리는 듯했다. 아프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그야말로 기력이 조금 달리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아들이랑 둘이 시간을 보내는 건 아내에게도 엄청 오랜만 아니 시윤이 태어나고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만큼 힘들지만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시윤이에게 아침 시간은 너무 길고 길었다.
“엄마아. 우리는 도대체 언제 나가는 거에여어?”
시윤이가 얼마나 엄마와의 데이트를 기다리는지 시윤이의 말과 행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랑 소윤이, 서윤이가 먼저 집에서 나왔다. 사람이 많이 몰리기 전에, 주차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스타필드에 가기 위해 서두르기도 했고 아내가 좀 차분히 준비하려면 서윤이가 없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서두르기도 했다.
“시윤아. 우리 먼저 갈게. 오늘 엄마랑 행복한 시간 보내”
소윤이는 차에 타자마자 나한테 얘기했다.
“아빠. 시윤이가 없으니까 너무 이상해여. 너무 허전해여”
“그치? 아빠도 그러네?”
서윤이는 역시나 엄마의 부재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듯, 평소랑 다를 바 없었다. 소윤이랑 시윤이도 이랬나.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소윤이는 시윤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제대로 떨어져 본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고. 서윤이는 오히려 엄마랑 떨어져 있으면 훨씬 덜 칭얼거리는데.
다행히 아직 사람이 붐비기 전이라 무난하게 주차를 했다. 도착하자마자 소윤이가 말한 오락하는 곳으로 갔다. 서윤이는 잠들지도 않았고 울거나 기분이 안 좋지도 않았다. 유모차에 앉아서 잘 있었다.
“아빠. 몇 판 할 수 있어여?”
“글쎄. 일단 하고 싶은 거 하나씩 해 봐”
5,000원 어치 동전을 바꿨다. 다섯 판을 할 수 있는 돈이었다. 소윤이는 가장 먼저 진짜 물이 나오는 물총 게임을 한 판 했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맨날 시윤이랑 나란히 앉아서 하다가 혼자 하는 게 뭔가 심심해 보였다. 물총 게임을 마치고 다음 게임으로 자동차 게임을 골랐다. 지난 번, 다함께 오락하러 왔을 때 나랑 시윤이가 했던 게임이었다. 그때 소윤이는 다른 게임을 골랐는데 그게 영 재미가 없어서 이 게임을 고른 시윤이를 부러워 했었다.
“소윤아. 그런데 아빠가 서윤이를 봐야 해서 같이 하기가 어려울 텐데. 소윤이 발이 닿나? 일단 앉아 봐”
안타깝게도 소윤이의 발이 액셀 페달에 닿지 않았다.
“소윤아. 이건 안 되겠다. 아마 아빠가 소윤이랑 앉으면 서윤이가 자기도 앉겠다고 막 그럴 거 같아”
“그래여? 그럼 다른 거 하자여”
다른 게임은 뭘 할지 한 바퀴 돌고 나서 소윤이가 말했다.
“아빠. 우리 그냥 나가자여”
“어? 나가자고? 더 안 해?”
“네. 다 총 쏘는 거 밖에 없어서 무서워여”
소윤이 말이 맞다. 웬 게임들이 다 총 쏴서 죽이는 게임이고, 다 좀비들이 나오는지. 소윤이 성향하고 정말 안 맞는 게임이긴 하다. 그래도 소윤이가 먼저 나가자고 할 줄은 몰랐다. 오락을 하러 왔는데 오락을 끝냈으니 우리는 갈 곳을 잃었다.
“소윤아. 우리 이제 뭐하지? 그냥 걸어다니면서 구경 좀 할까?”
“좋아여”
옷 가게도 구경하고 가전 제품도 구경하고 생활 용품도 구경하고 서점도 구경했다. 소윤이는 별로 지겨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소윤아. 재밌어?”
“막 재밌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것도 좋아여”
소윤이는 서점에서 파는 ‘음식 미니어처 조립 장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옆에 설치된 화면에서는 어떻게 하는 건지 설명도 나왔다. 아주 작은 크기의 식탁과 여러 음식 미니어처를 아기자기하게 붙이고 조립하는 거였는데, 소윤이의 구미를 당기고도 또 당길 만한 장난감(?)이긴 했다. 넋을 놓고 보면서도 사 달라고 말도 안 하는 소윤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엄청 고민했다.
‘하나 사 줄까?’
장난감은 늘리지 않는 게 우리 집의 정책 방향이라 다시 한번 보수적으로 생각을 돌려봤다. 일단 서윤이가 떠올랐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하면 서윤이가 집어 먹기 딱 좋을 크기였다. 가성비도 너무 떨어졌다. 물론 구매하는 순간과 조립하는 순간의 소윤이의 기쁨 수치를 고려하면 가성비를 따지는 게 무의미 하기도 했다. 그래도 조립 장난감의 특성상 지속적인 수집이 이뤄지지 않으면 즐거움의 순간이 너무 짧은 게 보통이다. 소윤이에게 공개하지 않은 나만의 고민을 조용히 결론지었다.
“소윤아. 가자. 아빠가 맛있는 거 사 줄게”
소윤이가 내 손을 잡고 걸으면서 말했다.
“아빠. 저는 오늘 여기서 본 것 중에 진짜 사고 싶었던 게 세 가지가 있는데 아마 엄마랑 아빠는 안 사 준다고 할 거에여”
“그래? 뭐가 사고 싶었는데?”
“아까 그 슬라임 하는 데 있었잖아여. 그거랑 아까 서점에서 본 거 음식 같은 거 만드는 거랑 아까 요리 만드는 거 그거여”
“아, 그렇구나. 슬라임은 아마 앞으로도 할 일이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여. 그런데 꼭 한 번은 해 보고 싶어여. 제가 볼 때마다 하고 싶었는데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잖아여. 그래서 볼 때마다 너무 하고 싶어여”
“하긴 그렇긴 하지. 소윤이가 진짜 착한 거지. 언젠가 한 번은 해 볼 수 있을 거야”
“언제여?”
“그러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네”
소윤이랑 이런 일상의 대화를 나누며 지하로 내려갔다. 소윤이는 미니 붕어빵과 어묵이 먹고 싶다고 했다. 미니 붕어빵은 유모차 뒤에서 서윤이 몰래 두어 개씩 먹었다.
“소윤아. 이리 와. 서윤이한테 걸리면 안 돼”
점심이 고민이었다. 원래 스타필드 안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고르려고 하니 갈 만한 곳이 없었다. 서윤이 밥도 따로 안 챙겨 왔다. 아내는 이유식 파는 곳에서 사서 먹이라고 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바깥 음식은 먹이게 되는 건 똑같지만). 소윤이도 맛있게 먹고, 서윤이도 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을 했다. 일단 스타필드 안에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윤아. 우리 점심은 나가서 먹자”
나가서 먹는다 하더라도 너무 멀리 가기는 어려웠다. 서윤이가 차에 타자마자 잘 거 같았다. 점심을 먹인 다음 재워야 했다. 그래야 제 때 밥도 먹는 거고, 또 밥 먹고 나서 공원에 가서도 서윤이가 자는 동안 소윤이랑 편히 놀 수도 있고. 예전에 갔던 분식집을 갈까 했는데 최근 평이 너무 안 좋았다. 그것도 비슷한 내용의 평이 많았다. 왠지 꺼림직해서 다른 곳을 또 고민했다.
“소윤아. 우리 하루애 갈까?”
“저는 너무 좋져”
아내랑 둘이 애들을 데리고 가도 결코 만만하지 않은 곳이다. 음식은 너무 맛있고 좋은데 좀 좁아서 뭔가 부담스럽고. 과연 내가 혼자 가서 온전한 식사가 가능한지 나도 궁금했다. 소윤이가 엄청 좋아하는 곳이긴 했다. 사실 그게 아니었으면 도전하지 않았을 거다. 식당까지 가는 동안 소윤이를 서윤이 옆에 앉혀서 잠들지 않도록 놀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소윤이는 동생을 위해 정성껏 재롱을 부렸다. 덕분에 서윤이는 잠들지 않았다.
다행히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리가 났다. 소윤이는 치즈돈까스와 냉모밀이 먹고 싶다고 했고 그대로 시켰다. 굉장히 분주하기는 했다. 혼자 소윤이 먹을 것도 챙겨 주고 서윤이도 먹이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긴 했다. 사기가 저하 되어서 식욕이 없었던 게 아니라 너무 바빠서 뭘 맛있게 먹을 생각이 안 들었다. 그래도 소윤이와 시윤이가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좋았다.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사고 소윤이가 가자고 한 동네 공원으로 향했다. 아이용 운동 기구가 있는 곳인데 소윤이는 그게 하고 싶다고 했다. 잠든 서윤이를 조심스럽게 유모차로 옮기고 공원으로 갔다. 오전까지는 비가 왔는데 비가 그치고 나니 햇볕이 뜨거웠다. 정말 뜨거웠다.
“와, 소윤아. 너무 뜨거운데? 괜찮아?”
“저도 뜨거워여”
“우리 저쪽 그늘에 좀 가 있을까?”
“그래여”
운동 기구는 10분 만에 끝내고 자리를 옮겼다. 공원 한 편에 흔들 그네와 파라솔 몇 개가 있었다. 흔들 그네에 소윤이랑 나란히 앉아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해가 구름에 가려지고 바람이 불면 엄청 시원했다.
“와, 소윤아. 엄청 시원하다”
“진짜 시원하다여”
“너무 기분 좋지 않아?”
“맞아여. 기분 좋아여”
“소윤아. 근데 안 심심해?”
“저여? 괜찮은데여?”
“그냥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안 심심해?”
“저 혼자 있으면 심심하겠지만 엄마나 아빠랑 같이 있으면 하나도 안 심심해여”
“그래. 아빠도 너네랑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바람 쐬고 그러는 거 되게 좋아해”
역시나 오늘도 일등공신은 서윤이었다. 유모차에 누워 곤히 자는 서윤이를 보며 소윤이랑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재미가 정말 컸다.
“아빠. 그때 여기 왔을 때 이모는 비눗방울을 어디서 샀을까여?”
“글쎄. 여기 어디 파는 데가 있지 않을까?”
“편의점 이런데?”
“그럴 수도 있고”
저쪽 옆에서 비눗방울을 쏘는 아이들을 보며 소윤이가 말했다. 아까 스타필드에서처럼 단순히 궁금하기만 해서 물어보는 질문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소윤이의 작은 바람이 담겨 있었다. 소윤이는 나름대로 그걸 둘러둘러 아빠에게 전달해 보려는 듯했다. 모르는 척하고 이야기를 받아줬다.
“아빠. 비눗방울 파는 데가 있긴 하겠져?”
“그렇겠지. 그러니까 그때 이모가 사 오셨겠지?”
“아직도 있겠져?”
“왜? 소윤이 비눗방울 하고 싶어?”
“네”
“사러 갈까?”
“어디여? 어디 파는데여?”
“글쎄. 아빠도 모르지. 가 보면 있겠지 뭐”
소윤이의 수준에 맞게(?) 자동으로 쏘는 거 말고 직접 만드는 걸로 샀다. 소윤이는 비눗방울 하나에도 엄청 행복하게 잘 놀았다. 한참 비눗방울을 만들던 소윤이가 얘기했다.
“아빠. 서윤이도 비눗방울 보면 엄청 좋아하겠져?”
“그러게. 진짜 좋아하겠네”
“맞아여. 막 터뜨리고 싶어서 따라다닐 거 같아여. 아, 서윤이 빨리 깼으면 좋겠다”
소윤이의 맏언니 본능이 아닐까 싶다. 소윤이는 서윤이가 깨면 보여줘야 한다면서 비눗방울을 다 하지 않고 남겨놨다. 그 뒤로는 오히려 얼른 서윤이가 깼으면 좋겠다면서 서윤이가 깨기 만을 기다렸다.
서윤이는 푹 자고 일어났다. 자고 일어나서 기분이 바로 좋은 걸 보니 잘 잔 모양이었다. 소윤이의 바람과는 다르게 비눗방울에 엄청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잠이 덜 깼는지 유모차에 앉아서 비눗방울을 보며 좋아하고 웃기는 했는데, 신발을 신고 내려와서 쫓아다니고 그러지는 않았다. 오히려 처음에는 신발도 신기 싫다면서 계속 유모차에 앉아 있었다. 나중에는 내려와서 조금 걷기도 했는데 자기가 먼저 다시 유모차에 앉겠다고 했다.
그 즈음 시윤이는 엄마와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내는 시윤이 사진을 보내주며 얘기했다.
“진짜 귀엽고 소윤이랑 정말 달라. 사과 주스 사 줬는데 누나 준다고 반 남겨뒀다가 결국 다 먹고 도너츠 먹는데 내가 너무 많이 먹었다고 자기가 나머지 다 먹고”
시윤이가 엄청 피곤했을 시간이었는데도 사진 속에서 행복함이 느껴졌다. 밥 먹고 카페까지 간 아내는 그 다음에는 어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시윤이는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집에는 절대 가면 안 된다’고 했다면서, 아내는 무엇으로 데이트를 이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시윤이의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시윤이 물총을 하나 사 주러 가. 다이소 같은데”
시윤이도 물총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작년에 산 거라 소윤이 것에 비해 작은 걸 샀다. 이제 큰 물총도 다룰 만큼 컸으니 기분도 낼 겸 선물을 사 주는 건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다이소에서 아무리 비싼 걸 사 봐야 고작 5,000원일 테지만 시윤이에게 그게 얼마인지는 중요할 리 없었다. 엄마랑 데이트 할 때 산 물총이라는 사실이 시윤이를 기쁘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랑 소윤이랑 서윤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먹었다.
“소윤아. 서윤이한테 보여주면 안 돼. 이리 와. 유모차 뒤에서 먹자”
부주의하게 굴다가 서윤이한테 걸렸지만 의외로 서윤이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별로 힘들 게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집에 도착하니까 너무 피곤했다. 졸음이 막 쏟아졌고 잠시 바닥에 누워서 졸았다. 나른하기도 했고 아직 밖이 환하기도 해서 시간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다.
아직 소윤이랑 서윤이 저녁을 먹이기도 전이었는데 아내랑 시윤이가 돌아왔다. 퇴근하는 나를 그렇게 반가워 하는 아내의 심정이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별로 힘들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왜 이렇게 반가운지. 소윤이랑 시윤이, 서윤이도 서로를 반가워했다. 소윤이는 시윤이가 자기를 위해 무슨 선물을 사 왔는지(통화할 때 시윤이가 말을 하려다 말고 집에 가서 보여준다고 했다), 시윤이는 누나가 아빠랑 뭘 했는지 궁금해 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윤이가 약간 침울해졌다. 누나는 아빠랑 오락도 하고, 공원도 가고, 비눗방울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는 걸 듣더니 자기도 그걸 하고 싶다면서. 자기는 그걸 못했다면서.
“시윤아. 시윤이는 오늘 엄마랑 데이트 한 거잖아. 그럼 다음부터는 엄마랑 데이트 안 하고 아빠랑 놀 거야?”
“아니여어. 그건 아닌데에”
시윤이는 아내랑 데이트 할 때도 한 번 울었다고 했다. 이유가 시윤이다웠다. 잠깐 마트에 갔는데 장난감 구경하다 말고 장난감을 사 달라고 하더니 아내가 안 된다고 하니까 ‘데이트인데 왜 장난감도 안 사 주냐’면서 울었다고 했다. 이게 소윤이와 시윤이의 차이인지 아니면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시윤이가 감성적이지만 아직 이런 감성까지 느낄 정도는 아닌가. 아무튼 이런 아기(?)같은 시윤이 모습이 반가웠다. 물론 평일 낮에, 아내가 홀로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시윤이는 집 근처로 돌아와서 한살림에 갔을 때, 처음 누나의 부재를 언급했다고 했다. 한살림에 가면 둘이 항상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숨고 그랬는데, 그 누나가 없는 게 그때 확 느껴졌나 보다. 역시, 소중한 추억은 일상에 더 깊이 패이고 쌓인다.
“여보. 여보도 좋았어?”
“어, 그럼. 좋았지. 시윤이는 정말 소윤이하고 달라. 아직 애기야 애기”
아내도 피곤하긴 했나보다. 애들 재우고 나와서 잠깐 있다가 서윤이가 깨서 들어갔는데 나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