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둘 데리고 대중교통을 탄다는 건

18.09.05(수)

by 어깨아빠

그제, 어제 새벽에는 아내가 시윤이를 보느라 제대로 예배를 못 드려서 오늘은 내가 시윤이를 맡았다. 하아. 안으면 답답하다고 울고 내려놓으면 자꾸 자기 멋대로 아무 데나 가려고 하고 정신이 없구나, 정신이. 새벽기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스타벅스에 들러서 커피를 사 가자고 했다. 안 그래도 '집에 가면 믹스커피 한 잔 타 마셔야지' 생각하던 중이었다. 아내의 추천에 따라 리스트레토 비앙코를 마셨다. 나름 만족스러웠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와 애들은 방에 들어가고 난 바로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차에 탔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벌써 갔어?"

"어, 나 차에 탔는데 왜?"

"아, 안 갔으면 물 좀 넣어 달라고 하려고 했지, 알았어"


아내의 목소리가 매우 무겁고 딱딱한 것으로 보아 소윤이가 조금 뺀질거리는 것 같았다. 9시가 다 되었을 때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시윤이 아직도 안 잠]


그 카톡을 받고 얼마 안돼서 시윤이도 잠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내는 피곤함을 무릅쓰고 아이들 곁을 빠져나왔다. 엄청나게 졸리지만 둘 다 자는 시간을 어떻게든 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 난 거의 기면증 환자였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조는 게 여러 번이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애들은 어쨌든 한 숨 자서 다시 원기회복을 했지만 아내는 아니었다. 아내는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애 둘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파주에 왔다. 장모님 생신이었다. 말이 파주지, 거의 1시간 30분이 걸리는 대장정을 심심찮게 감행하는 아내의 용기가 정말 경이롭다. 시윤이는 움직이는 내내 아기띠로 안고 있어야 하고. 그렇다고 고분고분 얌전히 있는 것도 아니고. 소윤이는 끊임없이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던지고 통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곳으로 이동하고. 육아의 영역 중에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영역이다.


애 둘 데리고 대중교통 타고 장거리 이동하기


아내에게 박수를.


은혜(아내 친구, 도하 서하 엄마)를 만나 운정건강공원에 있다길래 퇴근하고 그리로 갔다. 가자마자 도하(5살)랑 소윤이랑 신나게 놀았다. 사실 신나지는 않았고, 신난 척하며 놀아줬다. 힘들었다. 어디 머리라도 대면 바로 잠들 수 있을 정도로 피곤했다. 그래도 애들이 너무 깔깔대면서 즐겁게 노니까 외면할 수가 없었다. 좀 놀다가 헤어진 뒤 우리는 파주 처갓댁으로 갔다. 장인어른 오실 때까지 조금 기다리다가 시간 맞춰서 근처의 한 파스타 집으로 갔다. 집에서 나가기 전에 장모님이 소윤이 시윤이 둘 다 미역국에 밥을 조금씩 먹였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다. 너무 배부르지는 않게, 대신 못 참을 정도의 허기는 이겨낼 정도로 먹였더니 식당에 가서도 아주 수월했다. 특히 시윤이가 전혀 손이 안 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식전 빵으로 나온 마늘빵 좀 쥐어주니까 그거 가지고 한참 동안 놀고, 먹고 그랬다. 소윤이는 모범적인 태도로 먹지는 않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소윤이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가끔은 그냥 눈을 감거나, 멀어지는 게 차라리 나을 때도 있으니까.


다 먹고 잠깐 식당 앞에 서 있는 사이에 소윤이는 얼굴에 모기를 세 방이나 물렸다. 어쩜 그렇게 모기들이 좋아하는지. 집에 가자마자 물린 곳을 비누칠해서 씻겨줬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신나 가지고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고 소리 지르며 노는데 아내랑 나는 점점 활력을 잃어갔다. 급기야는 둘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서 장모님과 장인어른의 육아를 관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윤아, 엄마 아빠는 엉덩이가 붙어버렸나 봐"


집에 갈 때는 아내한테 운전 좀 하라고 할까 했는데 아내를 보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눈만 뜨고 있었지 거의 가수면 상태나 다름없었다. 장모님이 소윤이랑 시윤이를 씻겨 주셔서 애들을 자기 직전 상태로 만들어서 차에 태울 수 있었다. 출발한 지 얼마 안돼서 다 잠들었다 아내도. 아내는 자꾸 질문만 던지고 답은 안 듣고 자고 또 질문하고 안 듣고 자고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뭐라 뭐라 말해도 그냥 대답을 안 했는데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내는 집에 도착해서 애들을 눕혀놓고 나와서 씻고 잘 준비를 했다.


"아, 아침 준비 안 해도 되는 게 엄청 좋다"


그렇긴 하다. 삼시 세끼 중 가장 귀찮고 번잡스러운 게 아침인데, 또 어찌 보면 제일 챙겨 먹여야 하는 끼니니까 꼬박꼬박 준비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해도 되니까 쌀 씻어 놓을 필요도 없고 반찬 걱정 안 해도 되고. 좋긴 하다.


아내는 먼저 자러 들어가고 난 조금 더 있다가 자러 들어갔다. 엄청 피곤하다. 이번 주 들어 처음으로 '이러다 내일 새벽에는 못 일어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안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