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느냐 치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21.10.18(월)

by 어깨아빠

서윤이가 뭔가 이상했다. 토요일부터 설사를 좀 했다. 설사만 했을 뿐, 다른 건 이상한 기색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설사를 쉴 새 없이 한 것도 아니었고 토요일에 한 번, 주일에 한 번이었다. 어제까지는 멀쩡했다.


아침에 아내와 통화를 하는데 서윤이가 기운이 없고 자꾸 누워서 손을 빤다고 했다. 부모는 안다.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그러고 보니 어제 점심과 저녁을 모두 시원찮게 먹었다. 배가 불편해서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평소에 비하면 먹은 양이 엄청 조금이었다. 먹은 게 너무 없어서 기운이 없는 건지 어딘가 아파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다행히 아침은 무척 잘 먹었다고 했다. 아침 먹고 났더니 기운을 차렸는지 상태도 좀 나아진 것 같다고 했고. 그래도 여전히 정상이 아니긴 했다. 아내가 보내 준 서윤이 사진은 대부분 자는 모습이었다. 아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소윤이가 깔아 준 이불 위에서 자는 모습, 잠깐 깼는데 또 설사해서 씻기고 옷 갈아입혔는데 그 사이에 잠든 모습. 슬슬 걱정이 됐다(걱정이 너무 늦나). 아내는 토요일에 너무 추운 곳에서 밥 먹이고 낮잠도 못 재운 게 원인인가 싶다고 했다. 일리 있는 추론이었다.


그래도 오후에는 또 기운을 차리고 잘 논다고 했다. 심하게 아픈 건 아니고 뭔가 안 좋은 것 같은, 딱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오후 네 시까지 설사를 네 번 쌌다고 했다. 설사의 횟수가 늘어나니 더 걱정이 되긴 했다. 서윤이의 뱃속만큼이나 아내의 상태도 걱정이 됐다. 정상(?)인 아이가 똥을 네 번 싸도 보통 일이 아닌데, 아픈(것 같은) 아이와 함께 지내며 하루 4똥이라니. 말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했지만, 그럴 리 없었다.


설사의 횟수가 많아지니 병원에 가 보긴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아내의 상태를 고려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가 볼까?”


아내는 늦은 오후에 나에게 물었다.


“여보 컨디션 되면 갔다 오고 아니면 좀 더 보지 뭐”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못 가겠당”


그리고 ‘조금 지침’이라는 상태 변화도 고지 됐다. 아마 ‘많이’ 지쳤을 텐데 아내 나름대로 순화해서 전했을 거다.


“내 몸도 쉬고 싶은 컨디션인데 서윤이 챙기느라. 아주 안 좋은 건 아니에요”


라는 아내의 묘사가 정확하기도 했고, 거짓말이기도 했다. ‘아주 안 좋은 건 아니다’와 ‘아주 좋은 건 아니다’는 비슷해 보이지만 담긴 의도가 다르다.


하필 오늘 난 저녁에 약속이 있었다. 아내에게는 아침 일찍 말했기 때문에 충격파는 없었겠지만 6시 이후의 시간이 유독 더 힘들었을 거다. 사람의 뇌와 몸이라는 게 참 신기해서, 6시가 넘어서부터는 아내의 몸과 마음이 다른 날처럼 남편과 함께하는 육아를 향해 움직였을 거다. 덕분에 아내는 더 고단함을 느꼈을 거고.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하고 누웠다’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집에 도착했다. 짙은 피로가 감춰지지 않는 웃음으로 날 맞이한 아내가 얘기했다.


“소윤이랑 시윤이 안 자”

“진짜? 왜?”

“몰라. 둘이 막 웃고 장난치고 그랬어”

“서윤이는?”

“서윤이는 자”

“또 설사했어?”

“오늘 여섯 번 쌌다. 여섯 번”

“대박”


방 문을 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불러낼 셈이었다. 소윤이는 바로 눈을 떠서 나와 눈을 맞췄고 시윤이는 불러도 답이 없었다. 소윤이만 데리고 나왔다. 한 15분 소윤이와 함께 수다를 떨었다. 소윤이가 전해 주는, ‘엄마와 아빠가 나가고 난 뒤 방에서 벌어지는 일과 시윤이와의 대화’ 이야기가 꽤 재밌었다. 소윤이 이야기를 들으니 시윤이가 더 보고 싶었다.


화장실에 둘둘 말린 기저귀가 가득 담긴 봉지가 있었다. 아내와 서윤이의 고된 하루를 대변하는 증거물이었다. 내일은 아내가 병원에 가 본다고 했다. 부디 큰 문제가 아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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