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콩 나듯, 자유 부인

22.03.10(목)

by 어깨아빠

아내가 새벽(?)부터 전화를 했다.


“여보. 결국 이렇게 됐네? 하아”

“그러게”

“어떡해?”

“뭘 어떡해. 어쩔 수 없지”


라고 말은 했지만, 하루 내내 ‘그 일’이 떠오를 때마다 생각보다 침울한 기분이 들어서 당황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주변을 보면 지금도 다를 바 없는 것 같긴 하지만) 등교 대란을 겪는 엄마, 아빠를 보며 홈스쿨 하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그때만큼이나 홈스쿨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내는 낮에 너무 졸려서 서윤이 재우면서 같이 잤다고 했다. 아내도 아마 긴 연휴를 마친 느낌이었을 거다. 그간 눌러 놨던 피로가 폭발했나 보다. 사실 그게 아니어도 늘 졸리긴 하지만. 어쨌든 아내는 서윤이와 함께 잤고 서윤이가 먼저 깼다고 했다. 꽤 많이 잔 거다. 시윤이가 펑펑 울며 짜증을 냈다고 했다. 이유는 명료했다.


‘서윤이 없을 때 엄마랑 못 놀아서’


엄마하고 뭐 대단한 걸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엄마가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아들은 엄마를 너무 사랑하고 또 너무 사랑받고 싶어 한다. 덕분에 아내가 몸과 마음의 고생을 할 때도 많고.


아내는 저녁에 나가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사야 하는 게 목적이었다. 선물 사고 나서도 더 있다 오라고 했다. 영업 시간 제한이 9시일 때는 나가도 갈 데가 없었지만 11시까지 연장되었으니 카페라도 가면 된다(카페 말고는 갈 곳이 없긴 하지만). 가뜩이나 그제, 어제 약속에도 못 나갔고.


퇴근하자마자 나가라고 했지만, 역시나 아내는 열심히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아내는 저녁을 먹고 나간다고 했다. 하긴 엄청 맛있고 귀한 음식 먹을 거 아니면 차라리 집에서 같이 먹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들에게 아내의 출타 소식을 전했다. 이제 소윤이와 시윤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괜찮다. 그렇게 엄마를 좋아하니, 나간다고 하면 아쉽기야 엄청 아쉽겠지만 잘 참고 이해를 한다. 서윤이에게 잘 말해야 한다.


“서윤아. 오늘은 아빠랑 자자?”

“엄마야앙”

“엄마는 오늘 나가실 거야. 오늘은 아빠랑 자야 돼. 알았지?”

“엄마야아앙”


서윤이가 막 울음을 터뜨리려고 할 때, 서윤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들이밀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다행히 서윤이는 나의 전술에 잘 넘어왔다. 반찬을 한 입 베어 물고 난 뒤에 다시 말했다.


“서윤아. 오늘 아빠랑 잘 거지?”

“네에”

“엄마는 빠이빠이 하고?”

“네에”


다 알아듣지만, 아직은 수가 먹힌다. 서윤이는 아내가 나갈 때도 반갑게 인사하며 배웅했다. 조금 더 큰 느낌이다.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현실로 닥쳐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러 들어가서도 엄마를 찾지 않았다.


시윤이는 바로 잠들었다. 서윤이가 그다음이었고. 서윤이가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휴대폰을 봤는데 나도 조느라 몇 번을 떨어뜨렸다. 서윤이가 잠들고 나서도 소윤이는 깨어 있었다.


“소윤아. 아빠 이제 나갈게”

“네. 아빠 근데 핸드폰을 왜 이렇게 떨어뜨렸어여?”

“아, 아빠 졸아서”


소윤이 잠드는 것도 기다려 주고 싶었는데 그랬다가는 진짜 나도 잠들 것 같았다. 다행히 소윤이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온 지 30분도 안 되었을 때 갑자기 안방 문이 벌컥 열렸다. 당연히 ‘소윤이가 아직 안 잤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서윤이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달려 나왔다. 그러더니 내 손을 잡고 안방으로 끌어당겼다.


“그래, 서윤아. 아빠랑 들어가서 자자”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서 서윤이를 눕히고 나도 누웠다. 서윤이는 눕자마자 다시 잠들었다. 잠결에 나왔나 보다. 다행히 그때는 소윤이가 자고 있었다.


아내는 카페 마감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자정이 다 되었을 즘 집에 돌아왔다. 차에서 친구와 통화를 했다고 했다. 한때는 아내가 매주 월요일마다 자유 부인이 되기도 했는데. 영업 시간 제한이 늘어났으니 다시 수시로 자유 부인이 되는 걸 제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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