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8(목)
아내에게 처치홈스쿨에 잘 갔냐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답장이 왔다.
“지금 성가대실입니다. 후…”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예상은 했지만) 누군가와 훈육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아내가 누군가에게
“홈스쿨로 자녀를 기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
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내가 이렇게 답했던 게 참 인상적이었다.
“내 자녀의 모습을 직면하는 게 힘들더라구요”
홈스쿨을 관통하는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눈물과 좌절이 동반되는 직면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기쁨과 한희의 순간을 맛보는 게 홈스쿨이다. 자격증을 따듯 일정 기간을 수련하면 다시 돌아볼 필요가 없는 과정이 아니라, 매일매일 직면해야 하는 다양한 자녀의 모습이 존재한다. 아내는 매일 쉽지 않은 그 직면의 과정을 몸소 통과하고 있다. 아내가 매일 그렇게 피곤한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내는 내가 퇴근하기도 전에 이미 아이들 저녁을 먹였다. 처치홈스쿨에 가는 날은 점심을 일찍 먹기 때문에 그만큼 일찍부터 배가 고픈데, 평소에는 퇴근하는 나를 기다렸다가 같이 먹는다. 오늘은 어차피 내가 축구를 하러 가니까 일찌감치 저녁을 먹인 거다. 다들 배고파서 정신없이 흡입했다고 했다.
어제가 생일이었던 시윤이는 하루 늦은 미역국을 먹었다. 다행히 시윤이는 아직 미역국의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생일 당일에 미역국 안 끓여줬다고 서운해하고 그러지는 않았다. 시윤이는 아침에도 미역국, 저녁에도 미역국을 먹었다. 저녁은 카레와 미역국 중에 선택이었는데, 소윤이는 카레를 골랐다고 했다. 카레는 점심에 먹었던 거고.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빵을 먹고 있었다. 밥으로도 양이 좀 덜 찼나 보다. 요즘은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무척 피곤해 보인다. 낮잠을 꼬박꼬박 자기도 하고 사실 크게 하는 일이 없는 서윤이야 전혀 그렇지가 않지만 소윤이와 시윤이는 다르다. 저녁에 만나면 낯빛이 어둡나 싶을 정도로 눈 밑이 까맣게 보일 때가 많다. 그렇게 늦게 자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일찍 일어나는 날이 많아서 그럴 거다. 거기에 어쨌든 소윤이와 시윤이도 일주일에 세 번씩 처치홈스쿨에 가야 하니 체력이 좀 달리나 보다.
축구하러 가기까지 아주 조금 여유가 있어서 잠깐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기억에 남을 만한 대화는 아니었고 그냥 일상의 얘기였다. 소윤이는 낮에 처치홈스쿨에서 만든 종이접기를 보여줬고 시윤이는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까불었고 서윤이는 숨만 쉬어도 사랑받았다.
축구를 하고 다시 집에 왔을 때 아내는 찬양을 틀고 율동을 하고 있었다.
“뭐해?”
“아, 나 내일 예배 인도라서”
당연히 오늘도 바로 나오지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잠들었다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고 나와서도 개인의 안위와 탐욕을 추구하지 않고 또 내일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율동 연습이라니. 아내는 12년 전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보며 열심히 연습했다. 율동 연습의 끝은 뜬금없지만 내일 아침과 점심 음식 고민이었다.
“내일 아침은 계란밥이고, 점심은 계란 볶음밥이야”
내일은 금요일이고, 더불어 월급날이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말해줬는데, 아내는 아이들에게 ‘내일 아빠 월급날이다’라고 얘기하면서 춤을 췄다고 했다.
여보, 힘내. 춤을 춘 게 무색할 정도로 신속하게 자기 갈 길을 찾아 떠날 월급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