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10(화)
아내의 ‘눈 가려움’과 ‘코 막힘’ 증상이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인다. 병원에 가서 약도 지어서 먹었는데 차도가 없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아내는 무척 괴로워한다. 어제 잘 때도 한참을 뒤척였다. 새벽에도 잠을 못 이루는 아내의 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내가 안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방에 있었다. 거실에 나가 보니 아내가 소파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자는 건지 눈만 감고 있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아내를 흔들었는데 자고 있던 게 맞았다. 그 자세로 깊이 잠들지는 못했겠지만.
“여보. 왜 여기 있어?”
“아, 코가 너무 막혀서. 앉아서 잤어”
“아, 그래? 피곤하겠다”
아내는 눈을 제대로 못 떴다. 몇 시부터 나와 있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자는 게 자는 게 아닌 밤을 보낸 거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차라리 앉아서 자는 걸 선택했을까 싶었다. 오늘 하루가 좀 널널할 예정이면 그래도 좀 나았을 텐데 처치홈스쿨에 가는 날이었다. 아내의 하루가 그 어느 때보다 걱정됐다.
“오랜만에 서윤이 재우다 화나려고 하네 정말”
“왜? 안 자?”
“응. 계속 일어나고 떠들고. 50분 정도”
“헉. 안 졸렸나?”
“엄청 졸려 보였는데. 밖에 나가서도 계속 안아달라고 하고. 후 힘들다 정말. 이게 왜 이렇게 힘들까”
처치홈스쿨에 낮잠 시간이 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는 낮잠을 안 자고 서윤이는 잔다. 집에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안 자는 일이 거의 없는데, 집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밤새 못 자서 피곤한 아내를 안 자는 걸로 힘들게 했다. 소윤이가 워낙 안 자는 걸로 힘들게 한 녀석이라 내성이 많이 생겼지만, 50분 동안 안 자는 아이를 재우려고 씨름하고 나면 진이 쭉 빠지는 건 마찬가지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시윤이와 아내가 차가운 기류로 대치하고 있었다. 아내는 보통 내가 집에 가기 전에 모든 걸 수습하고, 새로운 분위기로 날 맞이하려고 노력한다(아마 그러는 것 같다). 오늘은 아내도 시윤이도 표정 관리가 안 됐다. 나의 등장으로 시윤이도 더 이상 엄마에게 안 좋은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아내도 애써 감정을 참고 누르는 것 같았다.
나도 어제보다 더 피곤했다. 오늘은 목덜미가 굳은 것처럼 뻐근했다. 미세하게 머리도 지끈거리고 눈에 느껴지는 압력도 높았다. 저녁 먹고 그대로 좀 쉬고 싶었는데 목장 모임이 있어서 그러지는 못했다. 아무튼 무척 고단했다.
목장 모임이 끝날 때까지 아내는 나오지 못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도 자러 들어갈 때까지도 아내는 깨지 않았다. 어젯밤을 새우다시피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나마 코 막힘이 어제보다는 좀 나아서 잘 자는 건지 아니면 비슷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일어나지 못할 뿐인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안 깨고 잘 자니 다행이었다.
오늘의 아내에게는 ‘단 1분도 허락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의 야속함을 감수하더라도 어떻게든 오래, 길게 자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