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16(월)
아내는 손목이 아프다고 했다. 그냥 통상적인 수준의 만성 통증을 넘어서서 제대로 가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통증이었다. 원인이야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서윤이를 수시로 안았던 게 가장 크게 작용했을 거다. 양쪽으로 나눠서 안으면 그나마 좀 나을 텐데 안다 보면 익숙하고 잘 쓰는 팔로만 안게 된다. 난 오른손잡이니까 오른쪽 팔로, 아내는 왼손잡이니까 왼쪽 팔로.
세 자녀를 데리고 병원에 가느니 안 가느니만 못할 게 뻔하다. 내가 퇴근하고 나서 가려면 그 시간까지 진료를 하는 병원 중에 골라서 가야 하는데 썩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아내는 장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혹시나 장모님이 못 오신다고 하면 나라도 반차를 쓸 생각이었다. 장모님이 오실 수 있다고 했고 아내는 장모님께 세 아이를 맡기고 잠시 한의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어제 교회에 갈 때 아내가 얘기했다.
“여름만 되면 맨발이 부끄럽네”
아무런 꾸밈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발톱이 부끄러운 듯했다. 종종 아내에게 손톱, 발톱 손질을 받고 오라고 하는데 아내가 그때마다 거절했던 것 같다. 손톱은 길면 어린 자녀를 돌볼 때 불편하다고 했고, 발톱은 ‘굳이, 괜찮아’라면서 사양했다. 그래도 어제 아내의 그 말이 계속 생각이 나서 아내에게 얘기했다.
“여보. 페디큐어도 받고 와. 내가 선물해 줄게. 장모님께 너무 오랜 시간 맡기는 게 조금 그러면 오늘 저녁에라도”
“괜찮아 여보. 마음만 받을게”
“왜 받고 오지”
“아픈 딸내미 두고 혼자 호사를 누리고 오기도 그렇고”
“그게 무슨 호사라고. 괜찮은데”
난 여자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손톱, 발톱을 손질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지만 마치 내가 바버샵에 다녀왔을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뭐 굳이 그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그럴 필요가 있나 싶지만 막상 다녀오면 괜히 기분도 좋고 뭔가 가꾸는 삶을 사는 느낌도 나고. 그런 게 아닐까. 아무튼 아내는 오늘도 한사코 사양했다. 소윤이는 여전히 어제와 비슷하다고 했다. 기운도 없고 밥도 못 먹고.
사실 한의원에 한 번 간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다. 꾸준히 며칠을 가도 나을까 말까인데.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고, 그 김에 좀 쉴 수도 있고. 아내는 한의원 진료를 받고 나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다. 아내는 예쁘게 하트가 그려진 라떼와 작은 빵을 함께 찍은 사진을 나에게 보냈다. 아주 짧은 시간이겠지만 부디 여유를 만끽하길 바랐다.
집에는 내가 먼저 도착했다. 장모님과 장모님의 친한 권사님도 함께 계셨다. 소윤이는 많이 좋아진 모습이었다. 점심때부터는 밥도 먹었다고 했다. 여전히 코가 막히고 기침은 많이 했지만 기운은 다시 회복했다.
“소윤아. 이제 괜찮아?”
“네. 기침하는 건 좀 힘든데 괜찮아졌어여”
“그래? 어제랑 달라?”
“네. 이제 거의 괜찮아여”
행동에도 힘이 넘쳤다. 아내는 내가 오고 나서 한 20-30분 뒤에 왔다. 장모님과 권사님은 온갖 집안일을 다 해 놓으셨다. 소파 한 쪽을 점령했던 빨래도 개시고, 돌아서면 쌓이는 설거지도 하시고. 무엇보다 내일 아내와 아이들의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 놓으셨다. 처치홈스쿨 가는 날 전날에는, 처치홈스쿨에 가서 먹을 반찬 준비하는 게 아내의 큰 숙제다. 바쁜 와중에 간단히 챙겨 먹일 아침을 준비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걸 장모님이 다 준비해 놓으신 거다. 아내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와서도 ‘전혀 부담이 없다’면서 매우 홀가분하게 시간을 보냈다.
반찬 하나에 삶의 질이 향상된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