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26(목)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누운 자리는 넓을 때가 많다. 내가 바닥에서 자고 있으면 다들 엄마가 있는 매트리스 위에 옹기종기 모여서 자고, 내가 매트리스에서 자고 있으면 다들 엄마가 있는 바닥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잔다. 자석에 끌려가는 철가루 마냥 엄마 옆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잠결에도 애를 쓰나 보다.
요즘 처치홈스쿨에서 워십(율동)도 배우는데 세 자녀 모두 열심히 한다고 했다. 아내의 평을 빌리자면 소윤이는 재능이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 열심히 배우고 따라한다고 했다. 시윤이는 이런 거 안 좋아해서 열심히 안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주 정성껏 배운다고 했다. 내 피를 물려받았으면 그런 거 정말 안 좋아할 텐데, 다행히(?) 아내의 유전자를 받았나 보다. 아직 평이라는 걸 하기에는 어려운 서윤이도 언니, 오빠가 하는 걸 유심히 보긴 하나 보다. 서윤이가 워십이랍시고 따라 하는 동작이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처치홈스쿨 일정이 끝나면 오늘은 지인을 만난다고 했다. 아내가 ‘애들 데리고 가면 너무 좋은 곳’이라며 극찬했던, 마당이 넓은 그 카페에 갔다고 했다. 아내의 만족도는 역시나 오늘도 대단했다. 갈 때마다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공간 자체가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고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많이 오는 만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클 법도 한데, 어른들에게는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엄청 다정하다고 하셨다. 여러모로 아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난 아직 한 번도 못 가 봤다.
퇴근했을 때 아내는 궁중팬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양의 볶음밥을 만들고 있었다. 숟가락 두 개를 쥐고 밥을 이리저리 휘젓고 있었는데 매우 버거워 보였다. 볶음밥을 하면 아이들도 평소보다 많이 먹고, 나는 평소처럼 많이 먹는다. 항상 아내의 예상보다 양이 적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요즘은 아예 작정하고 많은 양을 만든다. 이럴 때마다 5인 가구의 무서움(?)을 체감한다. 한 끼에 사라지는 쌀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여보. 남은 거 내가 볶을게”
“그럴래? 손목이 아프다”
아내의 손목에 무리를 줄 정도로 많은 양이었던 볶음밥은, 한 톨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아이들 핑계를 대기에는 내가 압도적으로 많이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도 많이 먹었다. 특히 시윤이는 정말 많이 먹었다. 요즘 주로 이렇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계속
“더. 더 주세여”
를 외쳤다.
아내는 오늘도 나의 전화를 받고 깼다. 이제는 이브닝콜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나 보다. 아, 그리고 또 하나의 일상이 추가되었다.
“서윤아. 왜 또 깼어”
“……”
“이리 와”
서윤이가 깨서 나왔다.
“서윤아. 자다가 깨서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되지?”
“으아아아아아아앙”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서윤이는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아마 문을 열고 나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을 거다. 당연히 서윤이는 자기가 벌릴 수 있는 만큼 입을 크게 벌리고 서럽게 울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윤아. 아까 자기 전에도 얘기했잖아. 얼른 들어가”
“으아아아아아아앙. 엄마야아아앙 들어가고오오오오 지픈데에에에에”
“엄마는 아직 해야 할 일도 남았고, 아까 엄마가 재워줬잖아. 지금은 서윤이 혼자 들어가”
갈 길을 잃은 사람처럼 서럽게 울던 서윤이가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
“아빠야앙 같이 들어가고 지퍼여어어어”
이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건가. 혼자보다는 그래도 낫다고 생각한 건가.
“아빠랑 들어가고 싶다고?”
“네에”
힘겹게 울음을 삼키고 또렷하게 대답하는 서윤이의 모습에, 무장해제되었다. 서윤이는 나에게 와서 안겼다.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울음을 삼키고 손가락을 빨았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서윤이를 내려놨는데 그때도 순한 양처럼 앉아서 기다렸다.
“서윤아. 엄마한테 인사하고 들어가자”
애써 평안을 찾던 서윤이의 마음에 괜한 불을 질렀나 보다. ‘엄마’ 소리를 듣자마자 다시 울면서
“엄마야아앙 자고 지픈데에에에에”
그래도 금방 진정됐다. 서윤이는 다시 내 품에 안겼고, 방에 들어가서도 내 옆에 누웠다. 누운 지 1분도 안 돼서 바로 잠들었다. 이렇게 바로 잘 건데 그렇게 애타게 엄마를 찾을 일인가 싶었다. 서윤이의 느닷없는 ‘꿩 대신 닭’ 전략에 무너진(?) 덕분에 수면 훈련(보통 이런 걸 수면 훈련이라고 하지는 않던데)은 못 했지만, 부드럽고 통통한 서윤이 손과 발을 잡고 잘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실 아내가 애들 재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게 안쓰러워서 그렇지 그것만 아니면 그냥 깨서 나올 때마다 잠깐 거실에 눕히든지 아니면 같이 들어가든지 해도 된다.
서윤이가 원해서 끌려 들어가지만 막상 들어가서 서윤이 옆에 누우면,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