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27(금)
아내는 이미 어제부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엄마 내일 교회 갈 거에여?”
“내일? 어. 가야지”
금요철야예배를 말하는 거였다. 나도 깜짝 놀라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나 내일 드럼 치는 거 알지?”
“어, 알지”
반주 순번이 아닐 때는 아내의 수고를 분담할 수 있으니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거의 2시간 넘게 아내 혼자 아이들과 예배를 드려야 한다. 아이들이 엄청 졸릴 시간이라 변수도 많이 생기고. 이런 이유로 내가 반주 순번일 때는 아내가 철야 예배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 아내가 오늘은 그걸 무릅쓰고라도 가겠다고 한 거다.
막상 시간이 닥치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도 처치홈스쿨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교회에 갈 체력과 여유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었다. 거기에 아주 이른 아침부터 아내에게 카톡도 왔다.
“여보 정말 기도가 필요함”
아내가 이런 말을 할 때는 대체로 같은 이유다.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그대로 있으면 터질까 봐 바람 빼는 차원에서 나에게 얘기한 거라고 했다. 시윤이를 바꿔 달라고 했다. 시윤이의 목소리는 매우 밝고 발랄했다. 모르는 사람이 듣거나 보면 아내가 괜히 그런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정도로. 시윤이에게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같이 기도를 하자고 했다. 기도를 빙자한 설교를 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면서, 그야말로 그냥 축복 기도만 했다. 시윤이가 얼마나 집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나서도 여전히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들’ 노릇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훨씬 더 컸다. 아내의 절망에 가득 찬 목소리를 들으면 순간적으로 생각이 마비될 때가 있는데, 겨우 회로를 작동시켜서 ‘오늘은 이 방법이 좋겠다’고 생각해 낸 거다.
아무튼 아내는 아침부터 그토록 고단하게 하루를 시작했고, 거기에 처치홈스쿨까지 다녀오면 몸과 마음이 남아나지 않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 교회를 가겠다니. 그것도 남편은 드럼에게 뺏긴 채로.
“여보. 오늘 교회 갈 거야? 진짜로?”
“어. 가야지”
아내의 의지는 꺾이거나 흐릿해지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다 함께 집에서 나왔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무척 피곤해 보였다. 특히 시윤이는 더 그랬다. 그래도 가장 피곤해 보이는 건 역시 아내였다. 아이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피곤한 얼굴이었다. 갓난아기들 재울 때처럼 미간을 쓸어내리면 그대로 잠들 것 같았다. 부디 무사하길 바라며 난 내 자리로 갔고, 아내와 아이들은 예배당 앞쪽에 앉아서 예배를 드렸다.
서윤이가 나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눈동자가 안 보일 정도로 눈을 찡그리며 웃음을 날렸다. 예배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서윤이에게 눈길을 뺏겼다. 아이들이 아내를 엄청 힘들게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서윤이는 얌전한 편이었다. 한참 동안 유모차에 앉아 있기도 했고. 아내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자기 자신이었다. 아내는 자신의 눈꺼풀과 싸웠다.
반주를 마치고 아내와 아이들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갔더니 더 잘 보였다. 아내는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캬라멜도 먹고 자기 몸 여기저기를 막 때리기도 하고 주무르기도 하고, 아무튼 갖은 애를 썼다. 문제는 그런 모든 노력이 무색하게 아내의 고개가 사방팔방으로 떨어졌다는 거다. 정말 피곤해 보였다. 서윤이와 시윤이는 진작에 잠들었고, 소윤이만 아내 옆에 앉아서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었다. 소윤이도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잠을 참는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
“아, 너무 졸아서 민망하네. 다 보였겠지?”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내가 얘기했다. 그래도 혼자 앉아서 그런 게 아니고 아이 셋과 함께 있었으니 다 아내의 사정(?)을 짐작하지 않았을까.
집에 오니 거의 자정 무렵이었다. 서윤이는 깨지 않았고, 시윤이는 깼지만 비몽사몽이었고, 소윤이는 한계점이었다. 물론 이때도 아내가 가장 졸린 얼굴이었다.
“여보. 여보야말로 들어가서 자야 할 거 같은데?”
아내는 금요일 밤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 없다면서, 일단 아이들을 들여보냈다. 얼마 안 지나서 아내도 곧 따라 들어가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내는 오랫동안 거실에 있었다. 역시 졸음을 쫓아내는 최고의 명약은 퇴근, 곧 육아 해방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