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29(주일)
서윤이는 오늘도 예배가 끝날 때쯤 잠들었다. 오늘도 소윤이가 먼저 내려왔고 지난주처럼 아내의 도우미로 파견했다.
“소윤아. 가서 엄마 좀 도와드려. 아마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실 거야”
난 시윤이를 기다렸다가 시윤이와 함께 식당으로 들어갔다. 서윤이는 여전히 유모차에서 자고 있었다. 미역국이 나왔는데 시윤이는 서너 번을 더 받아서 먹었다.
“아우 배부르다”
그 정도 먹고 나서야 배부르다며 숟가락을 내려놨다. 시윤이가 그렇게 먹는 걸 보면 기분이 엄청 좋아지고, 넋을 놓고 보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왜 그렇게 손주 입에 뭐라도 넣으려고 애를 쓰시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서윤이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깨지 않았다. 아내와 고민을 했다. 깨워서 먹이고 집에 가야 할지 집에 가서 먹여야 할지. 충분히 잤기 때문에 깨워서 먹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잠에서 깨는 동안 투정만 부리느라 밥을 못 먹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
“여보. 그냥 집에 가서 먹이지 뭐. 간단하게”
“그래, 그럼”
아내는 집에 들어가는 길에 한살림에 들러서 기본이자 필수 식재료(계란, 두부, 김 등)를 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지난주처럼 블록을 가지고 놀았다. 서윤이는 아내가 주방 한 쪽에서 정말 간단하게, 밥에다 김만 싸서 점심으로 먹였다.
이 시간은 항상 졸음과의 싸움이다. 아내도 나도. 서로의 조는 모습을 보며 ‘들어가서 눈 좀 붙여’라며 권했지만 오늘은 누구도 들어가서 눕지 않았다. 언제나 각자의 마음속에 ‘내가 누우면 그대가 힘들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사실 난 ‘축구도 하는 마당에 잠까지 자면 너무 쓰레….’라는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푹 잘 때도 많지만.
오늘도 소윤이와 시윤이는 나와 함께 축구장으로 나왔다. 서윤이도 마찬가지로 떠나는 언니와 오빠, 아빠를 보며 펑펑 울었다.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하면서. 그런 서윤이를 보며 시윤이는 언제부터 데리고 다녔는지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은 조금 더 있어야 하겠지만, 얼른 서윤이까지 데리고 다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축구도 하고 아내에게 휴식도 주고,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는 날이 오는 거다.
결국 아내는 서윤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아내 자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슬퍼하는 서윤이를 위해, 막내 손주만 보는 기회를 반가워하실 부모님을 위한 이동이었다.
“시윤아. 엄마랑 서윤이는 할머니 집에 갔대”
“그래여? 나도 엄마랑 같이 갈걸”
약간의 진심이 섞인 말이었다. 축구장에 가서도 엄청 잘 놀았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 집에 가는 건 언제나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놓이는, 즐겁고 기쁜 일이니까.
집으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이온음료를 하나씩 사 줬다. 그거 먹는 재미도 쏠쏠한 모양이다. 오늘은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서 먹었다. 사실 애들한테 좋은 게 아니라 나한테 좋은 시간이다. 홀짝홀짝 음료수를 마시며 조잘대는 소윤이와 시윤이를 보면 역시나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나도 혼자 축구하러 가는 것보다 소윤이, 시윤이와 함께 가는 게 더 익숙하다. 없으면 허전하기도 하고.
아내는 장인어른, 장모님과 저녁을 먹고 왔다. 우리(나, 소윤이, 시윤이)가 먹을 저녁으로 메밀전병과 만두를 사 왔다. 만두는 소윤이와 시윤이가, 메밀전병은 내가 먹었다. 밥과 함께 먹긴 했는데 밥의 반찬으로 메밀전병을 먹은 게 아니라 메밀전병의 반찬으로 밥을 먹은 기분이었다.
잘 놀고, 깨끗하게 씻고, 밥도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자는 일만 남았는데, 소윤이가 눈물을 쏟는 일이 생겼다. 나한테 혼났다. 아주 호되게. 눈물을 쏙 뺐다. 혼날 만한 일이긴 했지만 내내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고 와서 그것도 자기 직전에 그렇게 되니 나도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아내에게 소윤이를 좀 보듬어 주라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시기를 놓쳐서 말을 못 했다. 다행히 아내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소윤이를 위로(?)했다고 했다. 잠들 때는 슬픈 감정이 아니었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소윤이에게 짧게 편지라도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