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30(월)
아내의 목소리가 아침부터 초저기압이었다. 물론 원인 제공자(?)는 시윤이였다. 허무하다. 주말 동안 함께 보낸 즐겁고 기쁜 시간이 그다음 주에도 쭉 이어지길 바라지만, 마치 새로운 차원에 진입한 것처럼 차단되는 느낌이다. 나도 이런데 아내는 어떨까 싶다. 눈이 뜨기가 무섭게 ‘주말의 시윤이’와 다른 ‘평일의 시윤이’를 마주해야 하는 심정이란. 아내에게도 시윤이에게도 월요병인가.
가만히 있어도 바쁜 아이들과의 일상에 다른 일까지 더해져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나 말고 아내가. 휴대폰을 타고 넘어오는 아내의 목소리에 생동감이 하나도 없었다.
“오늘 저녁은 정해졌나요?”
“아뇨. 아직이요”
그런 아내를 위해 저녁에 뭔가 다른 걸 먹어 볼까 고민했지만,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의 저녁 고민도 줄여주고 싶었는데. 적당한 대안을 생각해 내지 못하고 퇴근했다. 아내는 생선을 굽고 있었다. 마지막 저녁 식사까지 영혼을 갈아 넣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니 불현듯
‘그래, 지금이라도 나가라고 해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가는 것만으로 아내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기에는, 이제 아내의 일상이 너무 고단해졌다. 그래도 그게 내가 아내에게 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여보. 나갔다 올래?”
“지금?”
“어. 나갔다 와”
아이들은 듣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아내의 의중을 물었다. 아내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가겠다고 했다. 바로 아이들에게도 공표했다.
“얘들아. 오늘 엄마 잠깐 나갔다 오시라고 할까?”
“네”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애써 ‘네’라고 대답하는 게 보였다. 진짜 마음은 ‘아니요. 싫어요’지만 엄마를 위하는 마음에서, 혹은 괜히 울거나 짜증 냈다가 닥칠 후폭풍 때문에 ‘네’라고 대답한 거였다. 그래도 기특했다. 언젠가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엄마를 보내 주는 날도 올 거다. 씰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다들 아직도 엄마 품이 너무 좋을 뿐이다.
아내가 나가고 우리도 방에 누웠다. 오늘은 서윤이도 순순히 누웠다. 시윤이는 자려고 누우면 들릴 듯 말 듯 한 크기로 중얼거리는 습관이 있다. 오늘도 그러길래
“시윤아. 조용히 하고 자자”
라고 했더니 ‘네’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도 또 그러길래 또
“시윤아. 그만하라니까. 얼른 자”
라고 얘기했다. 마찬가지로 ‘네’라고 대답했고. 그 뒤로도 한 두어 번 더 얘기했다. 그 사이 휴대폰도 두어 번 얼굴에 떨어뜨리며 겨우 잠을 물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소윤이가 따라 일어났다.
“뭐야? 소윤이 아직 안 잤어?”
“네”
“그럼 소리 낸 것도 소윤이였어?”
“아, 처음에는 시윤이였는데 시윤이 잠들고 나서는 저였어여. 근데 아빠가 시윤이라고 하길래 그냥 제가 대답한 거에여”
“아 그랬어? 아빠는 시윤이인 줄 알았지. 소윤아. 아빠 나갈게. 얼른 자?”
“네. 아빠. 잘자여. 사랑해여”
“그래. 아빠도 사랑해”
언제까지 뽀뽀해 줄 거냐고 물어보면 할머니 될 때까지 해 준다는 소윤이와 뽀뽀를 나누고 방에서 나왔다. 서윤이가 언제 깰지 모르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그래 봐야 설거지 정도지만. 오늘은 나름대로 바닥 여기저기 어질러진 잡동사니도 치웠다. 그러고 나서 소파에 털푸덕 주저앉을 때의 기분은 마치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이불 위에 누울 때와 비슷하다. 아주 짧은 2-3초의 순간이지만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다. 그 황홀함에 젖어서 꽤 오랫동안 비생산적(?)인 시간을 소비할 때도 많다. 오늘도 다소 그러긴 했다.
아내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그냥. 열 시까지 하는 카페에 있었어”
거기서도 아내의 의욕 부진이 느껴졌다. 지칠 대로 지쳐서 쉬는 것도 힘든 모습이랄까. 그래도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그나마 활기를 찾았다. 약간의 체력과 활력을 회복한 아내와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데, 방에서 서윤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급히 작은방으로 몸을 숨겼다.
‘아직 엄마는 오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해야 금방 들어가서 다시 잔다. 서윤이는 곧 문을 열고 나왔고 예상대로 엄마가 왔는지 확인부터 했다. 엄마를 발견하지 못한 서윤이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울면서 누웠다. 아빠라도 누웠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다정하게 거절했다. 울면서 눕긴 했지만 막상 누우면 바로 잠든다.
“자나?”
“그런가 봐”
우리도 곧 들어가서 자려던 참이었다. 그래도 끌려 들어가서 눕기는 싫었다.
소윤아, 시윤아, 서윤아. 그래도 엄마(아빠) 같은 사람 드물다. 수면의 질을 포기하고 죽으나 사나 너희랑 같이 자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