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뜨거운 재회

22.06.06(월)

by 어깨아빠

아이들 없는 아침은 여전히 어색하긴 했지만 덕분에 휴일에 맞게 느긋한 아침을 보냈다. 눈을 뜨는 순간은 물론이고 집에서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에 여유가 넘쳤다. 아이들하고 있으면 왜 그렇게 바쁘고 분주한지 모르겠다. 나도 나지만 아내가 이 여유를 가장 즐겼다(?). 맨날 다른 이들의 준비를 챙기느라 정작 자기는 뒷전이었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자기만 챙겼다.


드디어 아이들을 만났다. 평소에 퇴근할 때와 다르게 소윤이가 가장 먼저 달려와서 안겼다. 느껴졌다. 소윤이도 나를 엄청 그리워했다는 게. 사실 시윤이와 서윤이도 마찬가지긴 했다. 다들 아내와 나에게 와서 안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소윤이가 평소와 다르게 더 내 품을 파고들었다. 정말 반가운 해후였다.


점심은 밖에서 먹었다. 서윤이는 낮잠 시간이 겹쳐서 썩 잘 먹지 않았다. 태도도 썩 좋지 않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 눈감아줬다. 아내와 내가 제일 잘 먹었다. 밥 먹고 나서 카페에도 들렀다. 서윤이는 유모차에서 잠들었다. 장인어른이 유모차를 끌고 한참 동안 밖을 거니셨다.


바람이 좀 차서 아이들 겉옷을 챙겨 나갔는데, 소윤이는 집에서 따로 가지고 온 게 없었다. 아쉬운 대로 아내가 옛날에 입던 셔츠를 챙겨서 나왔는데 소윤이한테 너무 잘 맞아서 깜짝 놀랐다. 물론 크기는 좀 컸지만 그렇다고 누가 봐도 어른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평균보다 작은 아내의 키와 어느덧 놀랍게 자란 소윤이의 키가 만든 놀라운 모습이었다. 이제 어른 옷 가게에 가서 가장 작은 크기의 옷을 사도 될 정도라고 생각했다.


카페에서 보니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많이 피곤해 보이셨다. 특히 장인어른이 많이 피곤해 보이셨다. 금요일 밤부터 3일 동안 아이들을 보셨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지난 수요일, (내) 부모님의 휴일을 삭제한 것에 이어서 오늘도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휴일을 삭제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와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도 헤어질 때가 되니 또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우리(아내와 나)의 피로 관리와 장인어른, 장모님의 피로 관리를 위해, 최대한 지체하지 않고 헤어졌다.


얼마 안 돼서 장인어른이 아내에게 전화를 하셨다. 집이 휑하다고 하셨다. 나도 할아버지가 돼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대략은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다. 3일 만에 급격한 피로를 느끼시긴 했지만 막상 떠나면 그토록 허전하고 그리운 게 손주라고 하셨다. 곧 마주할 변화 때문에 더 애틋해지신 것 같기도 했다.


오랜만에 다시 완전체가 되어서 집에 돌아오니 확실히 안정감이 느껴졌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오늘만큼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헤어진 아쉬움보다 엄마와 아빠를 다시 만난 기쁨이 더 큰 것 같기도 했다.


“여보. 저녁은 뭐 먹지?”


안정감을 회복한 대신 피할 수 없는 현실도 빠르게 맞닥뜨렸다. 아내는 장모님께서 싸 주신 생선을 구워 먹자고 했다. 왠지 번거롭게 느껴졌다.


“여보. 그냥 비빔밥 먹을까? 장모님이 싸 주신 다른 반찬도 있으니까”


그러기로 했다. 열무물김치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견과류멸치볶음과 열무물김치, 참기름을 넣고 비볐다. 말은 비빔밥이라고 했는데 들어간 게 너무 없었다. 더군다나 서윤이는 매울까 봐 열무물김치는 넣지도 않았다. 계란 프라이라도 해서 넣어줄까 하다가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먹였다. 각자 그릇에 따로 떠 주지도 않고 양푼 그릇에 밥과 반찬을 털어 넣고 비벼서 내가 한 명씩 먹여줬다. 점심을 늦게, 배부르게 먹어서 다들 배가 안 고프다고 했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엄청 잘 먹었다. 아내와 나도 함께 먹었는데 먹은 것도 아니고 안 먹은 것도 아닌 것처럼 먹었다.


소윤이는 나를 만나자마자 ‘집에 가면 루미큐브를 하자’고 했다. 나도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저녁을 조금 이른 시간에 먹었고 날씨도 무척 좋았다.


“소윤아. 우리 저녁 먹고 산책하러 나갈까? 대신에 그러면 루미큐브는 못 하고. 아니면 산책하러 안 가고 루미큐브 해도 되고”

“아아”


소윤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산책을 택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밤 산책은 언제나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