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23(목)
비가 많이 왔다. 하루 종일. 아내와 아이들은 처치홈스쿨을 가는 날이었다. 엄청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사실 아내가 나보다 더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는데.
아내는 얼마 전부터 부침개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다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욕구인 듯하다. 아무튼 실제로 배달 앱을 켜서 시킬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접은 날도 있었다. 마침 오늘 비도 오고 하니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원래는 애들 반찬으로 부침개를 만들어 주려고 샀다고 했는데 애들은 그냥 집에 있는 걸로 간단히 먹이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오붓하게 애들 재우고 나서 만들어 먹기로 했고. 처치홈스쿨이 늦게 끝나는 날이라 아내에게 시간의 여유가 많이 없기도 했다.
요즘은 나도 약간의 두근거림이 생겼다. 퇴근해서 현관문을 열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집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문을 딱 열었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나 아이들의 표정, 아내의 표정을 빠르게 탐색하게 된다. 사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알아서 그렇게 된다. 뭔가 괜찮아 보이면 안도하게 되고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면 더 긴장하게 된다. 오늘은 당장 막 나쁘지는 않았다. 그전까지의 시간이 어땠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긴 했지만. 아내에게 물어보면 최소 1-2회는 시윤이와의 진한 시간을 가지는 것 같다. 그 외 자잘한(혹은 결코 자잘하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은 기본이고. 내 느낌에 나와 함께 하는 주말을 제외하면 미미한 파동 조차 없는 잔잔한 강물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는 것 같다.
난 저녁에 중고 거래를 하러 가야 했다. 캠핑 의자를 구했다. 아이들과 바깥에 나가면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서 호시탐탐 기회를 봤는데 마침 적당한 가격에 올라온 게 있어서 낚아챘다. 사실 깜빡 잊고 있었는데 아이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다가 생각이 났다. 엄청 귀찮았다. 그래도 미룰 수는 없으니 아내와 아이들이 자러 들어간 뒤에 집에서 나왔다. 어차피 부침개를 먹으려면 아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왔다 갔다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아내는 그제야 방에서 나왔다. 소윤이는 여전히 잠들지 않았다. 나중에 더 많이 공부해야 할 나이가 되도 똑같을까 궁금하다.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성경 읽기, 필사 등)을 하라고 하면 갑자기 더 누워있겠다면서 방에 드러눕는다고 하던데.
아내는 아직 잠들지 않은 소윤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왔다. 집에 있는 재료만 가지고 급히 김치부침개를 만들었다. 꿀맛이었다. 김치부침개도 꿀맛이었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도 꿀맛이었고 무엇보다 아이들 없이 둘이 먹는 오붓한 분위기도 꿀맛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