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쓰고 살도 찌는 것보다는 낫지

22.06.24(금)

by 어깨아빠

아내는 오늘 금요철야예배에 함께 가겠다고 했다. 물론 오늘도 변함없이 처치홈스쿨에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도 예배에 가겠다고 하는 건 엄청난 의지가 동반되어야 한다. 굳게 마음을 먹었다가도 막상 처치홈스쿨을 끝내고 집에 오면 맥이 풀려서 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퇴근하고 나서도 한 번 더 물어봤는데 아내의 의지는 단단했다. 의지가 굳건했다고 해서 아내의 몸놀림도 철인 같았다는 건 아니다. 언제나처럼 흐물거렸다. 게다가 오늘은 하루 종일 엄청 더웠다. 보통 더운 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진이 빠지는데 날씨가 그걸 더 가속했다.


함께 예배에 가면 아무래도 시선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두게 된다. 당장 도울 상황은 안 되지만 그래도 신경은 쓰인다. 아내의 표정이 어떤지, 아이들은 괜찮은지, 서윤이는 떼를 쓰지 않는지를 보게 된다. 오늘 느낀 게 있다. 이제 이렇게 원거리에서 아내의 표정으로 뭔가를 가늠하는 게 쉽지가 않다. 특히 밤 아홉 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는 더욱. 기본적으로 아내의 얼굴에 짙은 피로가 서려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상황 때문에 힘든 건지 아니면 당장의 상황과 상관없이 그냥 힘든 건지 분간이 안 됐다. 이러나 저러나 아내가 고상하게 앉아서 예배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여태까지 쭉 그랬다. 오늘도 마찬가지였고. 중간에 서윤이를 안고 급히 나가길래 똥을 쌌나 싶었는데 나중에 들어 보니 자꾸 떼를 써서 데리고 나간 거라고 했다.


서윤이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을 찾은 팬처럼, 나를 크게 외쳐 불렀다.


“아빠아아아아악”


중간에 눈이 맞으면 엄청 환하게 웃기도 했다. 세 자녀를 키울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하긴 했지만, 서윤이를 보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이 녀석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나’


손이 야무진 것, 귀가 밝은 것, 말이 유려한 것, 은근히 고집이 있는 것 등등. 요즘 서윤이를 볼 때마다 소윤이 같아서 깜짝깜짝 놀란다. 거기에 시윤이의 순한 구석(요즘 아내에게는 전혀 아니겠지만)도 적절히 섞인 데다가 막내 특유의 밉지 않은 능청과 타고난 눈치까지 더해졌다.


오빠는 진작에 쓰러져 잠들었는데 서윤이는 훨씬 늦게까지 안 잤다. 가만히나 있으면 좀 괜찮았을 텐데 자꾸 아내에게 안겼다가 유모차에 누웠다가를 반복했다. 반주를 마치고 나도 아내와 아이들 옆에 앉았을 때는 나에게도 잠시 안겨 있었다. 결국 유모차에 누워서 잠들었다. 철인 소윤이는 역시 끝까지 살아남았다. 피곤해 보이지도 않았다. 야행성인 나를 닮았나 보다.


예배 시간에 이 녀석 저 녀석에게 시달린 아내는, 끝나고 기도를 오래 했다. 그때는 완전히 자유로웠으니까. 서윤이가 누워 있는 유모차는 아내 곁에 두고,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먼저 1층에 올라와서 아내를 기다렸다. 시윤이도 여전히 자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안고 걸었다. 버겁긴 했어도 아직 안고 걸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저녁을 많이 간단하게 먹어서 (김에 밥을 싸서 먹었다) 출출했다. 나도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난 뒤, 아내가 먼저 치킨 얘기를 꺼냈다. 굉장히 드문 일이다. 난 뭐든 좋으니 시키라고 했는데 아내는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갑자기 떡볶이 얘기도 꺼냈다. 떡볶이도 좋다고 했더니 또 고민을 하다가 결국 접었다.


“됐다. 그냥 만두나 구워 먹어야겠다”


아무것도 안 먹기에는 배가 너무 고팠는데 시켜 먹자니 너무 거창해서 찾은 대안이었다. 아내는 만두를 기가 막히게 구웠다.


“이 졸린 눈을 하고 이걸 먹고 있는 내 모습이 웃기네”


아내가 자조하듯 얘기했다. 괜찮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돈은 아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