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과 붕괴의 하루

22.07.01(금)

by 어깨아빠

회사에서 워크숍을 가는 날이었다. 1박 2일로. 아내는 어제 처치홈스쿨이 끝나서 오늘은 아무 일이 없는 날이었다. 나도 없는 김에 친정에 가서 잘까 고민이라고 했다. 시간에 쫓겨야 하는 일정이 없으니 숨 좀 돌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점심 시간을 조금 남겼을 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나 진짜 어떻게 해야 돼. 하아. 진짜”


아내는 울고 있었다. 흐느꼈다. 물론 대척점에는 시윤이가 있었다. 언제나 비슷하다. 동기는 하찮지만 현상은 심각하다. 아내와 내가 느끼기에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시윤이의 감정이 폭발했다. 폭발한 감정을 쏟아내는 모양은 여러 방법이 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좀 심각했다. 아내는 무너졌다. 몸이고 정신이고 할 것 없이. 의지도 의욕도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오죽하면 나에게 전화해서 그랬을까. 그만큼 시윤이의 말과 행동도 선을 넘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사무실 테라스에 서서 한참 동안 통화를 했다. 아내와도 길게 했지만 시윤이하고도 한참을 했다. 원거리 훈육과 타이름은 언제나 어렵다. 시윤이는 마치 연기를 하는 것처럼, 나와 통화를 할 때는 유독 목소리를 더 밝게 내는 느낌이었다. 내 느낌에 아내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어쩌면 당장 오늘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고. 시윤이에게 전하는 말들이 얼마나 시윤이의 마음속에 박히고 얼마나 시윤이의 말과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궁금하다. 궁금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 뒤로는 한참 동안 연락이 없었다. 난 워크숍 일정이 시작되었고, 아내는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궁금했지만 연락할 틈이 없기도 했고 또 굳이 연락할 틈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냥 가만히 두는 게 가장 좋아 보였다. 그러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연락이 됐다. 저녁을 먹고 한창 노래 대회(?)가 벌어질 때였다. 아내는 친정에 갔다고 했다.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꾸역꾸역 챙겨서 갔다고 했다. 여전히 힘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슬픔은 많이 옅어진 느낌이다. 그냥 지친 목소리였다. 그래도 친정에 갔으니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때처럼 시간에 맞춰 돌아와야 하는 압박도 없고. 속 편하게 하룻밤 자면 되니까.


써 놓고 보니 ‘속 편하게’라는 말이 참 안 어울린다. 난 눈 앞에서 못 봤고, 여차저차 시간이 흘렀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다. 아내의 오늘은, 그 어떤 날보다 슬프고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자는 순간까지도 평탄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친정에서 엄마와 아빠에게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정이 넘어서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내 봤는데 잠들었는지 답장이 없었다. 목소리라도 좀 들을까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