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02(토)
오늘도 바쁜 날이었다. 워크숍은 오전에 끝났다. 직원 한 명을 데려다 주면서 아내와 통화를 했다. 어제는 잠든 건 아니었고 메시지를 못 봤다고 했다. 장모님, 장인어른과 늦게까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오늘의 목소리는, 어제의 목소리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나도 장인어른 댁으로 가기로 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내렸는데 마침 아내와 서윤이, 장인어른이 내려와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아빠를 만난 서윤이는 역시나 반갑게 달려왔다.
“아빠아아아아악”
“서윤아. 아빠 보고 싶었어?”
“네에에에에엑”
아내와 서윤이는 장인어른과 함께 마트에 가려던 참이었다고 했다. 나의 등장과 함께 내가 장인어른의 자리를 대신했다. 서윤이도 장인어른과 함께 올려 보내려고 했는데 엄마와 아빠를 따라가겠다고 했다. 유모차가 없었지만 카트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라고 해 봐야 고작 하루) 봤으니 기꺼이 안아 줄 생각도 있었으나, 막상 안아 보니 너무 힘들었다. 워크숍의 여파가 슬슬 밀려오기도 했고, 날씨도 엄청 더웠다. 물건을 사러 간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서윤이는 카트에 앉혀 놓고 놀았다.
필요한 것만 빠르게 사서 나왔다.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때 만났다. 시윤이가 좋아하는 탕수육과 중국 음식을 먹었다. 소윤이는 어젯밤에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오늘 아침에 병원에 다녀왔다고 했다. 다행히 폐렴처럼 심각한 건 아니었고 미세한 기관지염 증세라고 했다. 기침을 자주 했다. 코도 막혔고. 안색이 안 좋았다. 엄청 피곤해 보였다.
점심을 다 먹고 아이들은 장모님, 장인어른과 함께 갔다. 아내와 나만 집으로 왔다. 저녁에 처치홈스쿨 종강 예배가 있었는데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오신다고 했다. 아내와 나도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았고, 거기에 아이들도 없으니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목표한 시간보다 훨씬 늦게 출발했다. 아이들이 있었다고 해도 더 늦어지지는 않았을 거다. 오히려 부지런함을 유발해서 더 빨라졌을지도 모른다.
아내와 나는 먼저 도착했고 아이들은 장모님, 장인어른과 함께 저녁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저녁 식사는 도시락이었다. 난 아직 배가 부르기도 했고 뭔가 약간 긴장이 되기도 해서 먹지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소화가 안 됐는지 엄청 조금밖에 안 먹었다. 거의 안 먹었다. 시윤이는 계속 춥다고 하기도 했다.
예배 드리는 동안에도 시윤이는 무척 춥다고 했다. 하필 따로 겉옷을 안 챙겨서 아내 옆에 딱 붙어서 체온을 나누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시윤이가 무척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저녁 먹을 때부터 졸리다는 얘기도 했다. 눕히면 바로 잠들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예배 시간 내내 잘 버티고 중간에 나가서 워십도 한 게 용했다. 졸리면 누워서 자라고 했는데 안 눕겠다고 했다. 얼굴은 정말 피곤해 보였다. 퇴근하고 만난 아내의 얼굴처럼.
우리 가족에게는 그저 이번 학기의 종강 예배가 아니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예배였다. 물론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 지 모르고 언젠가는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 가족이 주인공(?)이 되어서 많은 축복을 받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아내와 나는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려고 하는 슬픔을 억누르느라 힘든 시간이었다.
덕분에 꽤 늦은 시간에 끝났다. 시윤이는 약간 열이 났다. 그냥 피곤했던 게 아니라 뭔가 몸이 안 좋았나 보다. 나도 아내도 엄청 피곤했다. 늦은 만큼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윤이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시윤아. 왜 그래? 혹시 토하고 싶어?”
시윤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윤아. 화장실. 화장실로 가. 괜찮아”
시윤이는 급히 화장실로 갔고 한참 게워냈다. 아내가 옆에서 등을 두드려줬다. 소윤이는 토하고 그러면 막 울고 그랬는데, 시윤이는 의외로 잘 토했다(?). 저녁 먹은 걸 다 넘겼다고 했다. 너무 춥고 피곤한 상태에서 먹었나 보다.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그마저도 소화가 안 됐나 보다. 토하고 나오더니 안색이 달라졌다.
“시윤아. 토하니까 좀 괜찮아?”
“네”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 건 아닌데 아까보다는 괜찮아여”
아직 열은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자러 들어가서 눕기 전에 토한 것도 다행이었고, 토하고 나니 괜찮아진 것도 다행이었고, 열이 더 오르면서 심하게 아프지 않은 것도 다행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