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끝나니까 다시 한 명 시작

22.07.05(화)

by 어깨아빠

서윤이는 약발이 잘 받았는지 더 안 좋아지지는 않았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였다. 평소에 비해 조금 더 보채고 짜증을 내기는 해서 ‘아프긴 아픈가 보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여전히 자녀 세 명이 뱉는 기침소리는 온 집에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크르렁크르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윤이는 얼마 전부터 골반이 아프다고 했다. 시윤이가 ‘골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딱 그 부위였다. 통증의 양상이나 발현 시기도 꽤 정확하게 얘기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이런 얘기를 들으면 엄청 짧고 찰나와 같은 시간에 별의 별 안 좋은 생각이 휘리리리릭 머리를 스친다.


내 허리가 아팠을 때 갔던 곳은 너무 상업적(?)으로 변해서 별로였다. 거기 말고는 아는 곳도 가 본 곳도 없었다. 동네에 정형외과 자체가 많지도 않았다. 한 곳을 후보로 정해 놓기만 하고 언제 갈 지는 정하지는 못했다. 당장이라도 데리고 가서 엑스레이라도 찍어 보고 싶었지만, 뭐가 이리 바쁘고 일이 많은지. 시간이 마땅하지 않았다.


처치홈스쿨이 방학이라 아내도 조금은 한가해졌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지천에 널린 정도는 아니었다. 오늘도 아내는 아이 셋을 데리고 치과에 다녀왔다. 소윤이의 잇몸에 마치 덧니처럼 딱딱한 굴곡이 올라왔는데 그게 괜찮은 건지 물어보러 갔다. 당장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고 조금 더 지켜 보다가 문제가 될 만한 방향으로 발전(?)하면 그때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마 치열이 고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소윤이의 아래쪽 앞니는 굉장히 불균일하게 자리를 잡았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오른쪽 어금니에 또 충치가 생겼다고 했다. 아직 영구치는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어쨌든 치료는 해야 했다. 생각해 보니 나도 덧니가 있었다. 유전자의 세계란, 정말 놀랍고 신비하다.


저녁에는 목장 모임이 있었다. 오늘도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가기로 했다. 아내의 저녁 준비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이었다. 낮에 장모님이 집에 오셨고 장인어른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드신다고 했다. 아내는 열심히 톳밥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무엇을 위하여 귀가를 하지 않고 빵으로 저녁을 때우는지 의아스러워졌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밤에는 시윤이가 열이 났다. 꽤 뜨거웠다. 체온계가 없어서 정확한 체온을 측정하기는 어려웠지만 꽤 높은 듯했다. 자면서도 힘들어 하는 게 느껴졌다. 시윤이가 자주 아프지는 않지만 뭔가 다른 자녀들이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아서 은근히 걱정이 됐다(코피를 자주 흘린다든가, 급격하게 당이 떨어져서 쓰러질 것처럼 기운을 잃는다든가 하는 모습).


자녀가 아플 때는 딸이고 아들이고 뭐 그런 게 없다. 그냥 안쓰럽고 걱정스럽고 그렇다. 요즘 그렇게 아내를 힘들게 하는 시윤이여도 아프면 그냥 ‘아픈 자녀’다. 아내는 한참이나 불쌍하다며 시윤이의 손과 발을 매만졌다.


아들아. 진짜 잘해라. 엄마한테. 아빠처럼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