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06(수)
시윤이는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 종일 많이 났고 40도까지 올라가고 그랬다. 해열제를 먹였다. 아내와 내가 아이들에게 해열제를 잘 먹이지 않았던 건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해열제 복용을 심각하게 고민할 만큼 높은 열이 난 적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기껏해야 38도 후반 정도였다. 오늘의 시윤이처럼 39도와 40도 사이를 넘나드는 일은 거의 없었다. 크게 고민을 하지 않고 해열제를 먹였다.
“여보가 봐서. 너무 힘들어 보이면 해열제 먹여도 될 거 같아. 서윤이 일을 겪고 나니 겁이 나네”
서윤이의 경련 사건은 많은 걸 바꿔놨다. 시윤이는 하루 종일 밥도 잘 못 먹었다고 했다. 과일도 별로 안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에게 먹기 싫어해도 주스 같은 걸 조금씩이라도 먹이라고 했다. 이것 또한 서윤이 일을 겪고 난 뒤에 생긴 불안에서 기인한 임시방편이다. 시윤이는 그전에도 끼니와 끼니 사이가 조금 멀다 싶으면 쓰러질 것처럼 기운을 잃고는 했다. 다행히 의도하지 않은 기지가 발휘 되어서 사탕이나 초콜렛을 급히 먹이곤 했는데, 나중에 찾아 보니 급성 저혈당 같은 증상이라고 했다. 의학적으로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윤이가 한동안 그런 모습을 보이는 시기가 있었다. 거기에 서윤이 일까지 더해지니 툭하면 안 좋은 상상의 나래가 끝없이 펼쳐진다.
아내가 찍어서 보내준 시윤이의 모습은 굉장히 생소했다. 까불거리거나 뭔가 수가 틀려서 입이 한 접시는 나왔거나 시무룩하거나 우는 모습이 익숙한데, 오늘의 모습은 말 그대로 기운이 하나도 없이 침대에 누워서 겨우겨우 입을 떼는 모습이었다.
처치홈스쿨은 방학을 했지만 숲 체험 활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 상태가 안 좋으니 아내와 아이들은 당연히 못 가는 거였는데, 소윤이만 다른 가정 편에 다녀왔다. 이 무더운 날씨에 숲 체험이라니. 더위에 유독 취약한 소윤이는 오늘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재밌긴 했는데 너무 더워서 힘들었어여”
저녁에는 축구를 하러 갔다. 집에 잠시 들러서 옷을 갈아입고 아이들 얼굴을 보고 나왔다. 축구하러 가는 날에는 저녁을 안 먹기 때문에 부담 없는(?) 귀가가 가능하다. 시윤이는 평소와 분명히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엄청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누워 있어야만 하는 정도는 아닌 듯해서 다행이었다.
아내는 집안에 도는 병마 퇴치도 하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지친 몸을 보신도 할 겸 삼계탕을 끓였다. 난 먹지는 않았지만 앉아서 열심히 살을 발라줬다. 하루 종일 제대로 못 먹었다던 시윤이도 삼계탕은 좀 먹어서 다행이었다. 40도까지 올랐던 것치고는 큰 문제없이 지나가는 듯해서 감사했다.
아이들 저녁 식사가 다 끝났을 무렵에 집에서 나왔다. 소윤이가 숲 체험을 다녀오는 바람에 소윤이와 서윤이가 진작에 샤워를 한 게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물론 그만큼 아내의 체력은 바닥이 났다. 축구를 하고 집에 왔는데 깜깜했다. 불을 켜고 집의 상태로 유추해 보니, 오늘은 확실했다. 아내는 아예 나오지 못한 거였다. 재우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그런 게 아니라 애초에 나오지 못했다. 바로 아내를 깨웠다. 얼마 안 남긴 했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을 ‘아이들 없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