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만큼 더 빡빡하게

22.07.10(주일)

by 어깨아빠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예 다른 방에서 잤으니까 몇 시에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깼을 때는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우리(아내와 나)와 함께 잔 서윤이도 먼저 깨어 있었다. 자는 척 하면서 서윤이의 행동을 관찰했다. 서윤이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는지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손잡이에 손을 뻗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그 앞에 앉아서 손가락을 빨다가 다시 문 앞으로 가고. 문 손잡이에 손이 안 닿아서 못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아내나 나를 깨우지 않고 혼자 그러고 있는 게 신기했다.


그런 서윤이를 재밌게 관찰하다 보니 잠이 싹 달아났다. 더 누워 있어 봐야 잠도 안 올 거 같아서 일어났다. 서윤이가 반갑게 나에게 왔다. 내가 원하는 건 진한 포옹과 뽀뽀였는데 서윤이는 형식적으로 입술을 갖다 대고는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아빠아아. 나가자여어어”


문을 열어 주려고 했는데 서윤이가 직접 문을 열었다. 뭐지. 못 나간 게 아니라 안 나간 거였나 보다. 왜 안 나간 건지 궁금하다. 서윤이에게 왜 안 나가고 있었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요즘 서윤이는 ‘왜’를 붙여서 이유를 묻는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대답한다.


“기냥”


내가 서윤이의 질문에 ‘그냥’이라고 답할 때가 많았나 돌아보게 된다. 아무튼 왜 안 나가고 그러고 있어냐고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 같았다.


역시나 거실은 이미 소란스러웠다. 아내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나와 있었다. 동생네 가족은 조카의 낮잠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아홉 시 예배를 간다고 했다. 우리 가족과 (내) 엄마, 아빠는 열한 시 예배에 가기로 했다. 아침은 간단하게 식빵을 한 장씩 구워 먹었다. 아, 간단하지 않았다. 토스트기가 없어서 프라이팬에 구워야 했는데 입이 많다 보니 굽는 것도 꽤 오래 걸렸다. 나의 엄마가 수고를 감당하셨다. 사실 그때만 그런 게 아니라 어제도 계속 놀고 먹었다. 집 주인인 동생과 집 주인의 엄마인 엄마가 제일 부지런히 움직였다(아들이라고 나만 눈치 없이 한량처럼 지낸 거 아니다. 아내도 대체로 한가했다).


어제보다 더 더운 느낌이었다. 교회에 가는 길이 멀지 않았지만 신호에 걸려 잠시 멈출 때는 꼭 그늘을 찾아야 했다. 다른 동네에 와서 연고가 하나도 없는 교회에 가는 게 영 어색했다. 아이들이 많아서 강제로 자모실로 보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예배 시간을 못 버티지는 않는다. 얼마나 진심을 다해 예배를 드리고 있는지는 또 다른 얘기겠지만, 어쨌든 앉아 있는 건 잘 한다. 사실 그건 애들이나 나나 마찬가지긴 하다. 서윤이는 당연히 그렇게 오래 앉아 있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막 방해가 되지도 않았다. 적당히 신경이 쓰이도록, 오히려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내는 데는 도움이 될 정도로만 산만했다.


오늘도 분수가 나왔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제보다 더 아쉽고 참기가 어려웠는지 감기 때문에 오늘은 안 된다고 얘기를 해도 몇 번이나 정말 안 되냐고 물어봤다. 정말 덥긴 더웠다.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누구나 느낄 만큼.


점심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고, 우리 가족은 점심 먹고 조금 더 있다가 나왔다. (내) 엄마는 저녁도 먹고 가라고 하셨지만 오늘은 거절했다. 물론 오후에 축구를 하러 가야 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부모님과 동생네의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1박 2일을 꽉꽉 채워서 놀고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소윤이가 특히 아쉬워했다. 소윤이는 거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까지 갔다.


축구가 끝나고 집에 오려면 가기 전에 집에 들러서 차를 가지고 가야 했다. 그러자니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았다. 아내와 아이들이 집으로 가는 길에 날 축구장에 내려줬다. 집에 올 때는 다른 집사님의 차를 얻어 타기로 했다.


“아우. 한 것도 없이 놀고 먹기만 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아내의 말이었다. 축구를 마치고 짐을 챙기는데 소윤이와 시윤이가 뛰어왔다. 깜짝 놀라서 주차장을 보니 아내와 서윤이도 보였다. 아내와 아이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장인어른, 장모님을 만나고 왔다고 했다. 혼자 세 자녀를 데리고 집으로 가기에는 아내가 너무 피곤했나 보다. 아내는 집 대신 친정을 택했다. 축구장에 데려다 주고 끝날 시간에 맞춰서 왔으니 실제로 친정에 머문 시간은 아주 짧았다. 꼭 피곤해서가 아니라 이 또한 곧 다가올 멀어짐의 시간을 달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장모님은 아내에게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하셨지만, 그러면 또 너무 늦어질까 봐 일찍 왔다고 했다. 대신 장모님께서 치킨을 시켜 주셨다고 했다. 치킨이 우리보다 먼저 집에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렸다.


치킨 먹고 애들 씻겨서 누울 준비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역시나 꽤 늦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