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11(월)
어제 아내는 자기 전에 내일(즉 오늘)의 날씨가 어떤지 궁금해 했다. 숲 체험을 가는 날이었는데 지난 번에 날이 너무 더워서 다들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자녀들이고 어른들이고 복날에 강아지 마냥 헉헉댔다고 했다. 아내가 사진을 보여줬는데, 사진에 찍힌 그 누구를 막론하고 웃고 있는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오늘의 숲 체험 일정은 취소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거다. 마침(?) 비 예보가 있었다. 내심 비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었었던 것 같다.
“여보. 어떻게 됐어?”
“아, 그냥 하기로 했어”
“아 그래? 알았어. 고생하겠네”
볕이 가장 강렬한 오후의 한복판을 피해서 간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혹시나 시윤이가 또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는데 아내의 대답은 이랬다.
“서윤이가 엄청 힘들게 함”
쭈그리고 앉아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서윤이 사진도 함께 보냈다.
“가서 내내 짜증. 이것도 귀엽다고 생각하겠지”
아내가 내 마음을 읽었다. 내 눈 앞에서 그랬어도 인자와 자비가 넘쳤을 텐데, 그저 정지된 사진 한 장만 받았으니 오죽했을까. 아내는 집에 와서 씻기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씻길 때도 오만 짜증을 다 냈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짜증에 짜증을 거듭하더니 집에 와서 시윤이 씻기는 동안 소파에서 혼자 잠들었다고 했다. 너무 졸려서 짜증을 낸 건지, 너무 더워서 짜증을 내느라 힘을 다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윤이에게도 만만하지 않은 더위였나 보다.
저녁에는 아내가 처치홈스쿨 엄마 선생님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퇴근하기 직전에 아내와 통화를 했을 때, 아내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힘이 없어졌다는 걸 느꼈다. 아내가 시원시원하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윤이와 뭔가 일이 있었다는 걸 직감했다. 극한(?)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것도.
걱정과 염려를 안고 퇴근을 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내는 울고 있었고 시윤이는 아내 옆에 앉아서 인상을 팍팍 쓰고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아내에게 물었더니 시윤이가 아내더러 씻지 말라면서 떼를 썼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안 돼서 아내에게 다시 물어봤지만 아내는 상세한 상황 기술을 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집에 들어가자마자 시윤이와 진한 훈육의 시간을 가지게 됐다. 정말 집에 ‘들어가자마자’. 숨 쉴 틈도 없이. 신발 벗고 손만 씻고 바로. ‘오늘 예쁘게 하고 나가기로 했다’던 아내는 예쁨을 추구하기는커녕 겨우 부은 눈만 진정시키고 도망치듯 집에서 나갔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나누기도 전에 집에 오자마자 자녀들에게 무서운 아빠가 되다니. 정말 기분이 안 좋았다. 한 5초만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진심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아빠가 되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질문과 대화를 이어가는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최대한 표정을 감추고 대답을 했다. 아마 다 눈치 챘을 거다.